지영희 선생과 더불어
우리 전통음악을
보존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강봉천 외래교수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지영희 선생 孫)

지영희 선생은 음악밖에 모르는 바보였습니다. 그 당시 음악인들에게는 경박스럽고 방정맞은 음악이라는 이질감을 느끼게 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세대가 들어도 이질감이 적은 앞서가는 음악이었습니다.

그는 교육 철학도 특이했습니다. ‘가무악 歌舞樂’ 일체의 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개인적 전공을 중심으로 교육이 펼쳐지고 있지만 그가 일군 국악예술학교는 그의 주관대로 가무악 중심의 일체 교육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뛰어난 초창기 제자들은 현재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현재 K-POP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등 유명 아이돌은 연습생 때부터 가무악 중심의 교육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K-POP이 가무악이 집약된 형태 즉, 지영희 선생의 교육 철학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영희 선생의 제자인 박범훈 전 중앙대학교 총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휘를 잘하려면 무용을 배워라”, “악기를 잘하려면 소리를 배워라”, “네 할아버지 말씀이 틀린 것이 하나 없더라”라며 이제야 스승의 마음을 잘 알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지영희 선생은 격동적인 시대에 태어나 격동적인 음악을 했고, 격동적인 음악을 남겼습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퍼져 우리 음악도 양분되는 시기가 있었지만 지영희 선생은 관여하지 않았고, 끝내 정악과 민속악이 대립한 가운데 희생양이 됐습니다.

지영희 선생의 친구인 이정업 선생은 그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네 할아버지가 음악은 잘하는데 정치를 몰라, 또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 일할 당시 바른말을 해대서 정년퇴직으로 나까지 잘렸어. 그래서 무형문화재도 네 할머니 다음으로 뒤늦게야 선정됐지. 짜증이 나지만 네 할아버지 능력은 대단해”

가끔 지영희 선생의 자료집을 보면 맞춤법이 엉망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제자 중에는 그런 자료집을 지금에 맞게 정리해야지 무슨 망신이냐고 말합니다. 당시에는 한글을 아는 사람이 적었고, 맞춤법도 현대와 달랐습니다. 그들에게 조금 틀리면 어떠냐고 묻고 싶습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료를 남긴 것이 중요하다고 당신들은 얼마나 남겼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평택시에서 추진 중인 우리 음악 근현대자료관이 꼭 만들어져 잊혀가는 우리 음악을 보존해야 할 것입니다. 음악 자료는 묶여야 역사가 됩니다. 또 지영희 음악을 계승할 수 있는 지역 예능보유자도 필요합니다. 평택시민 여러분과 평택시장님, 주무부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지영희 선생을 꼭 기억하고 널리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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