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문화재단,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구조로
지역문화 생태계 가꿔나가야

 

평택문화재단→평택문화예술재단 명칭변경, 신중히 고려해야
전문적이고 소프트웨어적 프로그램은 문화재단으로 이관돼야
전통예술 등 평택지역 특색을 살린 특화된 문화재단 필요해

 

2019년 평택문화재단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그동안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되어 온 문화행정의 전문성 부족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역문화정책 부재 등이 해소돼 평택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에서 평택은 문화재단 설립이 비교적 늦은 편에 속하지만 그동안 선행 사례들을 통해 보다 합리적으로 문화재단을 운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또 하나의 ‘옥상옥’이 되거나 시장이나 시의원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단순히 사업을 수행하는 곳으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평택시사신문>은 이제 곧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평택문화재단’ 설립에 앞서 지역사회의 우려를 담아 문화재단이 나아갈 방향성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 경기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기창작센터'

 

■ 평택문화재단 설립에 관한 용역

지난 7월 11일 평택시청 종합상황실에서 진행된 ‘평택문화재단 설립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에 따르면 경제성 검토 결과 B/C 비용대비편익이 1.89로 평택문화재단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설립초기 조직인력은 1처 4팀으로 구성·운영하고, 시설분야는 문화예술회관 3개소, 한국소리터, 안정리 예술인광장, 아트캠프 등을 이관해 운영하는 등의 구체적 설립 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날 최종보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통예술분야에 대한 예산이 문화예술분야 전체 예산의 30~40% 정도에 해당하는 만큼 이에 따른 특화된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 ▲문화원이나 예총, 국제교류재단 등 업무가 충돌되지 않도록 세부영역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 ▲비용편익이 평화예술의전당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 ▲도서관 조직을 문화재단 하위에 두는 것에 대한 문제점 등을 제기하면서 아직 문화재단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확립이 충분하지 않음을 내비쳤다. 이러한 각계 전문가들의 우려 등을 통해 평택문화재단은 설립 이전부터 기준과 원칙, 방향 등을 신중하게 설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평택시 문화재단 설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

평택시는 평택문화재단 설립을 위해 지난 10월 5일 ‘평택시 문화재단 설립·운영을 위한 조례안’을 공포한 가운데 오는 10월 26일까지 이에 대한 시민과 단체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고를 시행했다. 입법예고 된 조례안에는 평택문화재단 사업 안내와 재단 인원 구성, 연도별 출연금 등을 담고 있다.

조례안에 따르면 평택문화재단은 이사장과 대표이사 각 1명을 포함해 10명 이내의 이사와 감사 2명을 두게 되며, 이사장은 평택시장이 맡고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외부 인사의 공개모집 방식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임명하게 된다.

평택문화재단이 하는 일은 시민들이 보다 많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창작·보급·조사연구 ▲문화예술 국내외 교류사업 ▲문화유산 보존과 육성 ▲대표 문화콘텐츠 개발 ▲지역예술인 문화예술 활동연계 지원 ▲시민 문화예술 교육과 활동지원 ▲시민 생활문화진흥과 활성화 사업 ▲지역문화 협력과 연계 교류에 관한 업무 ▲지역문화 전문 인력 양성과 지원 ▲문화예술회관 운영·관리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시장이 위탁하는 사업과 문화시설 운영·관리 ▲그밖에 시장이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을 하게 된다.

▲ 평택시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주민공청회

평택시는 오는 11월 28일경 경기도의 출자출연심의회를 앞두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용역의 적합성 여부, 그리고 현재 평택시에 있는 4개의 재단 이외에 문화재단을 추가 설립하는 부분에 관한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한 심의를 거치게 된다. 현재 국제교류재단과 사업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점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경기도 협의가 가결됐을 경우 이르면 오는 12월에 평택문화재단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친 후 내년에 열릴 평택시의회 첫 임시회에 문화재단과 관련한 조례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당초 얘기됐던 ‘평택문화재단’ 명칭도 ‘평택문화예술재단’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문화’라는 단어 속에는 예술도 포함되는 것이 상식이지만 명칭 변경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문화예술재단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 곳은 전국에서 제주와 안양, 평창, 거제 등 몇 곳뿐이다. 설립이 가시화될 경우 예상되는 많은 현안들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재단의 명칭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평택문화재단의 필요성과 역할

최근까지 광역문화재단은 1997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경상북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설립됐고, 기초문화재단도 2017년 1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60여개에 달한다. 최근 5년간 급속도로 늘어난 문화재단은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를 보여주는 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듯 늘어나는 문화재단으로 인해 지역문화가 획기적으로 성장하거나 지역예술 창작활동이 활발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화재단의 역할은 갈수록 늘어가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재단의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재단이 쉽게 관료화되어 일반 행정에서 하던 것과 같아지거나 아니면 기존 예술단체의 입장에서 받들어 모셔야 할 또 하나의 옥상옥이 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법으로 정한 문화기반 시설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원 ▲문화의 집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기반시설 외에 문화재단을 또 하나 만든다고 했을 때 문화재단은 기존의 문화기반 시설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분명해야 지역에서 나름대로의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재단은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방문화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자치조례에 의해 설립된다. 문화재단은 비영리 공익법인의 성격을 갖는 만큼 영리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며 사회전반의 이익을 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평택문화재단은 자치단체와 평택시의회의 지도·감독·감사를 받는 공익법인이지만 동시에 독자적으로 기관을 운영하는 전문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

사업이나 업무범위가 자치단체의 사업과 중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업무분장이 이뤄져야 하는데, 문화예술 관련 정책수립이나 비사업 분야의 정책집행은 자치단체에서 하되 정책수립에 대한 자문이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사업은 문화재단에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전문적 자질이 요구되는 사업도 문화재단 업무로 이관돼야 하며 프로그램 기획, 개발, 운용 등 소프트웨어적 사업 역시 문화재단 업무로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

특히 문화예술에 있어서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확연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전문성을 담보로 한 인력은 필수조건이라 할 것이다. 사업기획과 실행은 민간전문가에게, 행정지원이나 평택시와의 협력은 공무원이 맡아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사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 평택문화재단과 문화예술단체의 관계

현재 문화재단을 운영 중인 도시에서 가장 많이 빚어지는 불협화음은 문화예술단체들과의 관계이다. 단체들은 문화재단을 ‘屋上屋’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 역시 아무리 뛰어난 기획력이 있다 한들 현재에서 실행할 활동가들이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이러한 점들로 미뤄볼 때 평택문화재단도 문화예술단체와의 공존을 위한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 따라서 평택문화재단은 예산 집행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기존 단체들을 산하기구처럼 인식해서는 안 되며, 기존 문화예술단체들이 처음부터 협력해야할 상대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평택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되 그 결과는 반드시 시민들을 위한 수혜로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설립 이전에 시민들의 욕구와 수요조사를 반드시 거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단 운영의 구체적 방향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행정가의 경험과 노하우, 문화예술인의 전문성과 현장인식, 사업에 대한 구체적 방향, 조직운영 방안, 프로그램 평가와 시스템, 사업 공모와 효율적 배분 등 예측되는 모든 사항에 대한 준비가 사전에 철저하게 이뤄져야한다.
 

▲ 경기문화재단의 기획전시 '기계, 생명을 꿈꾸다'

평택문화재단은 직접 사업을 수행하기 보다는 문화예술단체나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사업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매개자 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또한 문화예술인 간의 교류와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나 보급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평택문화재단은 문예진흥기금은 물론 자치단체의 위탁을 받아 자치단체 예산을 문화예술단체와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기존에는 문화예술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에 의해 각종 지원사업이 이뤄지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문화재단에서는 문화행정 전문가들이 자치단체의 정책적 입장을 고려해 지원하게 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따라서 매년 지원하는 단체에게 관행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해 시민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성과에 따른 일몰제를 시행함으로써 단순한 평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차후 사업지원의 평가 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 경기문화재단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또한 지역 문화예술의 균형발전을 위해 소외받는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에 관심을 갖고 생활문화동아리 육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전 엘리트 문화예술이나 전통예술 뿐만이 아니라 시민들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한편 별도의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나 훌륭한 기획을 발굴하고 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줌으로써 지역문화예술의 토양을 비옥하게 가꾸는데 노력해야 한다.

■ 평택문화재단, 지역문화 창조의 허브

평택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자원과의 적극적인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순히 책상 앞에서 사업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속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의 욕구를 사업에 반영함으로써 문화예술 향유자인 시민들과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또한 평택문화재단의 존재 이유가 자생적 지역문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정책적인 관점에서 재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기준과 원칙을 정해 예산 분배와 사업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지역문화예술계와의 협업을 통한 실행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전문적인 문화 인력 양성은 지역의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구축하는 지름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지역 문화인력 양성은 지속성을 담보로 할 필요가 있다.

평택문화재단은 지역문화 창조의 허브인 만큼 행정과 민간을 매개하는 중간지원자, 지역문화예술 생태계 촉진자, 다양한 문화 주체들 간의 연대와 협동 코디네이터로 지역문화예술진흥을 지원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또한 지역문화 정책개발과 제안, 지역문화예술 연구와 조사, 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 등 지역문화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하며,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과 더불어 문화적 창조활동을 지원하는 등 지역공동체 회복과 지역문화를 살리는 인큐베이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평택문화재단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협업에서 협치로, 단순한 관리에서 경영으로 운영 방식을 구상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평택문화예술 생태계는 건강한가, 시민들은 문화예술로 행복한가, 시민들은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문화재단의 역할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경기문화재단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작은 전시회'

■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은 ‘팔 길이 정책’

민선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문화재단을 설립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고 있고 다른 지역에 문화재단이 있다는 이유로 경쟁하듯 설립되는 곳도 많아졌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지역색을 갖추지 못한 일반적인 사업을 추진하거나 혹은 자치단체장과 정치인 중심의 배분형 사업을 진행해 비난을 받고 있는 문화재단도 적지 않다.

기초문화재단들은 지역문화 시설 운영을 주로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지역문화 브랜드 육성과 생활문화진흥 사업 등을 통해 타 지역과 차별화된 지역문화 사업을 추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평택문화재단도 시민에게 신뢰를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다른 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사업을 그대로 이어가기 보다는 평택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예술 영역을 특화된 핵심사업으로 평택의 지역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평택지역에는 모흥갑·방용현·지영희 선생 등 훌륭한 전통예인들이 많이 태어난 만큼 지역의 전통예인을 발굴하고 이를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지원하거나 ▲전통음악을 하고 있는 지역 학교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일 ▲전통음악을 주축으로 하는 시립예술단을 육성하는 일 ▲전통음악 학술연구와 발간사업 ▲전통예술 관련 시민 동아리 활성화 사업 ▲전통예술단체 육성 지원 ▲중장기 계획을 통한 전통문화 활성화 사업 등을 추진하면 평택의 지역성을 부각시키는 사업으로 문화재단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영국의 문화예술정책에 담긴 ‘팔 길이 원칙’이 그것인데 팔 길이만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최창희 대전문화재단 테미창작팀장은 “문화재단 설립 이전에는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들이 문화예술 사업 예산을 나눠주는 형식으로 진행됐고, 보직이 계속 바뀌면서 연속성도 떨어졌으나 재단이 설립되면 문화예술 전문가가 예산지원을 하면서 필요한 정책들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면”이며, “반면 시장이 대표를 임명할 경우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고 시장이 바뀜에 따라 기존 정책에 대해 간섭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면”이라고 말했다.

2016년 영국의 문화정책을 살펴보면 ▲어느 환경에서 태어나든 모든 사람은 문화에 대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 ▲문화적 풍요로움이 지역사회에 혜택을 주어야 한다. ▲문화력은 영국의 국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다. ▲문화 투자, 회복 탄력성과 개선 등이 나열돼 있다.

이것은 문화재단 설립을 앞두고 있는 평택에서 ‘영국’이라는 이름을 ‘평택’으로 바꾸어도 충분히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라 할것이다.

▲ 글·임봄 기자
편집·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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