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로 이룬 꿈, 장애를 이겨내다”

한국복지대 모던음악과 합격
피아노 배우며 장애 극복해

 

 

“막연히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저 자신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마땅히 없었죠. 하지만 피아노를 배우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제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이충고등학교 3학년 최설현 군은 얼마 전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대학교에 가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일이지만 그에게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지적장애를 앓아왔기 때문이다.

현재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교육 학급인 도움반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최설현 군은 2년 전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성장기, 따돌림의 연속

5살이 되던 해에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돼 수술을 받고 나서야 청력을 되찾은 최설현(19) 군은 지적장애 3급으로 유년 시절부터 타인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오로지 책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것이 힘들었어요. 유치원에 다니면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식을 받지 못한 일도 있었습니다”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말을 듣지 않는다고 오해받기도 하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의 부모는 더욱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이 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태권도와 볼링을 배우게 했지만, 매번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태권도 학원에 다녔는데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관장님에게 매일 혼이 났어요. 물론 잘되라고 그러셨겠지만, 속이 상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저를 괴롭히고 놀리기 일쑤였죠. 중학교에 다니면서는 볼링을 배웠는데 그곳에서도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결국 최설현 군이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것이 피아노다. 처음에는 단순히 손의 힘 조절을 하지 못해 손가락 근육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시작했다.

피아노, 재능을 찾다

최설현 군은 2016년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그해 3월 부모님과 함께 평택 통복동 어느 피아노 교습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만난 이상일 원장은 흔쾌히 그의 피아노 스승이 되기로 했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처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할 당시에는 손가락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 자유자재로 움직이기가 힘들었습니다. 초급교재를 전부 마치기까지 남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죠. 한데 이상일 선생님과 함께 천천히 배워나가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초급교재를 모두 마치고 나서는 진도를 나가는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또 일상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말하기 능력이 굉장히 많이 좋아졌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하는 말을 듣고 가끔 놀라시기도 하죠. 또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로 친구들의 괴롭힘이 사라졌는데 피아노를 배우면서 더욱 자신감도 생겨 학교에서도 잘 적응했습니다”

대학교 진학을 꿈꾸다

최설현 군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교인 경희대학교를 방문하고 나서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자신의 인생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아버지를 따라 대학교에 갔는데 대학 캠퍼스의 풍경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그때 막연히 대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제가 특별히 잘하는 게 없었기 때문에 힘들겠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대학교에 가고 싶지만, 특별히 원하는 전공도 없었고 잘하는 것도 없었던 그에게 피아노는 한 줄기 희망으로 다가왔다.

“이상일 선생님께서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저와 어머니에게 제안했습니다. 당시에 입시곡을 준비할 만큼의 실력도 갖추지 못했지만, 선생님과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열심히 준비해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때부터 최설현 군은 입시를 목표로 방학 때는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피아노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가 입시곡으로 준비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트 조곡’ 중 프렐류드는 10년 넘게 피아노를 배운 일반 입시생도 쉽게 습득하기 힘든 연주곡이다.

“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곡을 준비하려니 처음에 막막했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니 서서히 곡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모두 외울 수 있었죠. 결국 대학교 실기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월 26일 합격 소식을 접한 최설현 군은 내년 3월이면 어엿한 대학생이 된다. 첫 번째 꿈을 이뤄낸 그는 한국복지대학교 모던음악과에서 더 큰 꿈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친구들이 자신을 보고 피아노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희망을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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