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1월 20일

생활고 때문에 의생 행세
치질 고친다고 두 명 죽여

 

 

“범죄에는 여러 가지 동기가 있고 수단도 있지마는 의사도 아닌 자가 치질을 고치고 돈을 먹으려다가 사람을 죽이고 돈도 먹을 수 없이 저도 잡혀 경을 치는 일도 있다. 그 범인은 경기도 진위군 포승면 석정리(振威郡 浦升面 石井里) 김국수(金國洙, 71)란 자로, 이 자는 생활이 곤란하여 어데 가서 돈 한 푼 구할 여지가 없음으로 동군 동면 도곡리(道谷里) 한성학(韓聖學, 19)과 그 집에 있는 김상옥(金相玉, 39)이란 사람 두 명이 치질이 있음을 기화로 지난 일월 이십일 오후 세시에 그 집에 가서 자기는 의생이라고 속이고 그 치질을 용이하게 고칠 터이니 고치거든 삼십 원을 사례로 받기로 요구한 후 치료에 착수하였다. (중략)  이 자는 그 길로 충청남도 아산군 둔포면 둔포리(牙山郡 屯浦面 屯浦里)에 가서 잠복한 것을 평택(平澤)경찰서에서 지난 삼일 체포하여 상해와 및 상해치사 의사규칙 위반죄로 방금 취조 중이라 하며, 김상옥도 생명이 위험하다더라”(『매일신보』 1924년 1월 5일)

요즘 사회도 ‘가짜 의사’ 사건으로 종종 우리를 슬프게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1987년 미국에서 ‘가짜 의사 대소동’이라는 영화를 제작한 적이 있다.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가짜 의사 행세를 했지만, 결과는 화재가 병원의 사람을 구하는 해피엔딩 영화다. 비록 가짜이지만 이처럼 선한 행위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가짜 의사 행세를 한 경우 말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사람을 죽이거나 불행하게 만들었다가 철창행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가짜 의사 행세를 하다가 철창으로 간 사건이 평택에서도 있었다. 바로 1924년 1월 2일이다.

70세의 노인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생(醫生)이라고 속이고 치질에 걸린 두 명을 죽였다. 사연인즉 김 모 씨와 한 모 씨 두 사람이 치질을 앓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고쳐주겠다고 했다. 치료비는 30원으로 정했다. 가짜 의생은 진짜 한의사에게 수은(水銀)을 구해 김 모 씨와 한 모 씨에게 뜸질을 했는데, 문제는 치료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두 사람은 수은중독이 됐고, 마침내 한 모 씨가 먼저 죽었다. 이를 안 가짜 의생은 그날로 달아났고, 쉬쉬하다가 결국 경찰에게까지 알려졌다. 아산 둔포에 숨어 지내던 가짜 의생은 수배 끝에 결국 잡혀 취조를 받게 됐다. 요즘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가짜 행세’ 일종의 사기(詐欺)인데, 가장 대표적인 가짜 행세가 ‘보이스 피싱’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가짜에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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