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6월 25일

빈 독 깨뜨린 벙어리 며느리
시부모 꾸중 들을까 물에 빠져

 

 

“지난 二十五일 오후 오시경에 진위군 고덕면 궁리(振威郡 梧城面 宮里)에 사는 장성환(張聖煥, 四四)이는 자기의 믿며느리 이사욱(李四旭, 一○)이가 물에 빠져 죽고자 함을 구원하려다가 같이 빠져 죽었다는데, 그 내용을 들어보면 전기 이사욱이가 자기 집에서 빈 독 대여섯 개가 잘못하여 그 독이 넘어져 깨어짐으로 혹시 자기의 시부모에게 꾸지람을 들을까 하여 바로 도망하여 그 동리 앞에 있는 보(洑) 물에 빠지러가는 것을 보고 전기 장씨가 손짓으로 불렀으나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 며느리는 부르는 것을 모르고 도망질하여 물속에 빠졌으므로 즉시 장씨가 물에 들어가 구원하려 무한 애를 썼으나 필경에 할 수 없이 둘이 같이 빠져 죽었다고 한다.”(『매일신보』 1933년 7월 2일)

좋은 일을 하려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족을 구하려다가 같이 상해를 당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때는 마음이 저리고 아프기도 한다. 평택에서도 이처럼 안타까운 사연이 종종 있었는데, 1933년 6월 25일에 있었다.

고덕면 궁리에 44세의 장성환은 일찍 며느리를 들였다. 요즘이야 조혼 풍습이 없지만, 1930년대만 해도 조혼 풍습이 남아있었다. 조혼의 풍습은 한말 근대화운동이 전개되면서 법적으로는 금지를 시켰으나, 시골에서는 여전히 조혼을 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다. 장성환 역시 일찍 아들을 결혼시키고 어린 며느리를 본 것이다. 그 며느리는 10살의 어린 나이기도 하였지만, 벙어리였다.

일찍 혼인을 하여 시부모를 모시고 살던 어린 며느리 이사욱은 하루는 빈 독 6개를 실수로 깨뜨리게 되었다. 이를 시부모가 알면 꾸중을 들을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걱정을 하던 며느리는 극단적인 결정을 하였다. 마을에 있는 보(洑)에 빠져죽기로 한 것이다. 독 깨지는 소리를 듣고 놀란 시아버지 장성환은 며느리가 보의 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손짓을 하였지만, 말을 들을 수 없는 며느리는 결국 물에 빠졌다. 이를 본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구하려고 보에 들어갔지만, 안타깝게도 며느리와 함께 살아 돌아오지 못하였다.

물에 빠진 어린 며느리, 그리고 며느리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 들었던 시아버지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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