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동안 실패 한번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나이가 많아질수록 실패의 경험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잘 걷기 위해 자꾸 넘어지는 실패를 경험했고, 자라면서는 원하는 성적에 도달하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연애에 실패하기도 하고, 돈을 투자했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습니다. 인생 전체를 보았을 때 성공이 10이라면 나머지 90은 아마도 수없이 경험하게 되는 실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얼마 전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이색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열린 ‘실패박람회’였지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특이했던 이 박람회에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자신들이 실패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많은 사람들의 재도전을 응원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한 모델은 오디션을 천 번 이상 보았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굳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수없이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실패도 두렵지 않은 용기가 생긴 것이지요.

돌이켜보니 내 삶에서도 실패의 경험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합니다. 시험에 도전해서도 여러 번 떨어졌었고, 시인이 되고자 했을 때도 신춘문예에 시를 보내면서는 당연히 떨어진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막상 떨어졌을 때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좌절감의 강도가 조금씩 옅어지는 것을 보면 마음의 굳은살이 생긴 것은 분명했습니다.

처음에는 실패가 부끄러워서 내색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기도 했었지만 나중에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패가 없었다면 노력도 없었을 테고 그 자리에 안주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막상 도전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은 더 클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실패가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은 ‘실패’의 반대말이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낙오자처럼 느껴지고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성공이라는 것은 내가 아니라 타인이, 그리고 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보편적인 기준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그 성공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인가 하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것이 반드시 나 자신에게도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성공은 내 스스로 만족하는, 내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에 도달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다시 내가 세워놓은 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이 실패가 갖는 진정한 의미가 되어야 합니다.

‘실패’의 반대말은 ‘성공’이 아니라 ‘도전’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이 수많은 도전의 연속이고 또한 수많은 실패의 연속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실패가 결코 부끄러울 필요가 없는 것은 그것이 나의 도전을 재촉하는 촉매제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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