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조직마다 절차를 벗어난
새로운 직종의 탄생과
사회적 합의를 넘어선 요구에
당황하고 있다.
더욱이 경력 인정 요구는
매우 불공정하며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여지가 있다

 

     
▲ 평택시 어느 공무원의 의견

직업에 따른 임금 결정은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일까?

‘내 일’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

현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고자 정부 출범 이후 처음 한 일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방향 면에서 바람직하고 우리 사회의 많은 노동자들이 원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 정책을 세부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은 과연 공정했을까?

지난 10년간, 민간분야는 말할 것도 없이 공공분야에서도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공무원을 총 정원제, 총액 인건비제로 묶고 기간제와 용역을 늘려왔다. 공공기관과 공공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매년 증가해왔고 앞으로도 늘어날 예정이지만 지난 10년간 그 자리는 비정규직의 몫이었다. 

이렇게 고용된 300일 미만의 기간제노동자는 매번 단기취업을 전전하며 일자리 통계의 허수를 늘리는데 기여해왔을 것이다. 일선에서 일하는 말단 공무원들 역시 10개월 단위로 바뀌는 동료 직원을 보며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그러는 사이 공공분야의 선호도 높은 일자리마저도 비교적 덜 절박한 경력단절 여성이 주로 근무하는 분야가 되어 있었고 그들 중 일부는 기본 문서 작성조차 버거워했다.

그러나 2017년 7월 20일자 기준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노동자의 운명이 달라졌다. 그동안 노조는 기간제로 일한 이들에게도 같은 기회를 부여하고 경력이나 자격 등의 공개채용과정을 거쳐 전환 대상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묵살해 왔으면서 고작 한 달을 일하고도 단지 그날 거기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본 사람만을 그들이 보호해야 하는 ‘노동자’로 간주하고 있다. 이것은 과연 공정한가?

그렇게 전환된 무기계약직 노동자는 이전에 누리지 못했던 당연한 권리와 연가, 각종 수당, 시가 주는 복지혜택 등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현재 8~9급 공무원과 비교해도 무기계약직 임금은 결코 적지 않고 연가일수도 더 많다. 그런데 이제 평택안성지역노조는 기간제 경력을 호봉에 반영하라고 요구하고, 공무원은 경력을 인정하면서 무기계약직은 왜 인정하지 않느냐 물으며 인근 안성시를 사례로 들었다.

그런데 왜 더 많은 지자체와 교육계의 사례는 언급하지 않는 걸까? 재정부담은 뒤로 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할 또 다른 불공정, 갈등은 왜 언급하지 않는 걸까? 공무원은 수당과 진급이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공무원처럼 경력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데 굳이 공무원을 거론해야 했을까?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차용하는 그들만의 논리가 안타까워 한 공직자 개인으로서 말하고자 한다. 무기계약직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업무를 수행한다. 그들이 말단 공무원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하는 이유가 과연 공무원에게 진급이 있기 때문인가? 공무원은 수시 실적, 근무 평가, 감사, 징계에 노출되며 진급할수록 업무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책임도 많아진다. 상급자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초과근무, 재난이나 AI 등 질병 발생 시 가장 먼저 투입되며 이를 거부할 권리도 없다. 어떤 이들은 과중한 업무로 질병에 걸리고 어떤 이들은 중도 퇴직하거나 진급을 포기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게다가 기초적인 문서작성을 못하는 공무원을 상상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공무원 시험’이라는 사회시스템이 있다. 시험제도가 반드시 유능한 직원을 뽑는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는 우리 사회의 상당수가 ‘공정한 취업문’이라고 합의한 부분이다. 얼마 전 서울시 교통공사 신입 직원들은 그들이 치열하게 준비해 입사한 직장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을 보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재판소가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됐으나 이는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어느 누구도, 사회가 합의한 취업절차를 벗어나 특혜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이며 이 합의가 깨지는 순간 갈등이 발생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각 조직마다 절차를 벗어난 새로운 직종의 탄생과 사회적 합의를 넘어서는 요구에 당황하고 있다. 하물며 신입 직원들에게 너희들이 이기적이라서 그렇다고만 얘기할 수 있을까? 

더욱이 이들의 경력 인정 요구는 매우 불공정하며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여지가 있다. 정규직 전환 예외사업으로 수년간 재계약 했던 사람, 용역, 10개월 기간제,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지만 각기 입장이 다르다. 고용형태 등이 달라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경력을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새로운 상대적 박탈감과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고 단순노무직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그게 공적가치에 부합하고 모두에게 공정한 것인가? 그들의 논리가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 무기계약직 전환의 특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이해관계가 다른 노동자의 ‘이기’가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몇 개월 안 된 임시직이 동일한 업무를 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세상돋보기> 모 필자는 내 일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누가 결정할 것이냐고 질문했다. 노조에도 우리 사회의 공적가치가 적용되어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특혜에는 침묵하면서 또 다른 갈등을 낳을, 당신들만의 임금 결정은 공정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 흔히 노조를 ‘을’이라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갑, 을, 병이기 때문이다.

※ 본 기고는 공무원 개인의 견해로 본지에 실린 ‘세상돋보기’에 대한 다른 생각들도 존재한다는 입장에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글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편집 책임자의 판단에 따라 게재를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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