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닿는 데까지 봉사 이어갈 것”

평택봉사대상 지역사회봉사부문 대상
도배·장판사업 40년, 오랜 집수리 봉사

 

 

“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봉사를 이어가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우연히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평택봉사회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어린 시절 없이 살았던 기억에 조금이라도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열심히 활동해왔죠. 평택봉사회에서 활동할 날이 앞으로 10년 정도 남았는데 끝까지 봉사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상경해 서울과 수도권 각지를 전전하며 장판과 벽지 일을 배운 정형양 대한적십자사 평택봉사회 지역사회분과위원장은 1970년대 말 평택에 인테리어 가게를 열고 자리 잡았다. 점차 사업이 안정되면서 1989년 평택중앙로터리클럽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96년부터는 적십자 평택봉사회에서 활동하며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봉사를 몸소 실천해왔다.
지난 2016년 10월 자원봉사 5000시간을 달성하기도 한 그는 올해 11월에는 ‘제3회 평택봉사대상’에서 지역사회봉사부문 대상을 받으며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고난의 상경길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난 정형양(67) 위원장은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부모님을 따라 평택시 송탄으로 올라왔다.
송탄 복창초등학교 인근에 살았던 그는 그때의 동네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연달아 이어진 판잣집은 흡사 피난민촌과 같은 상황이었다.
“지금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살며 YKK 하청업체에서 1~2년간 일했죠. 이후 서울로 올라가 방산시장에서 마분지 배달 일을 했어요. 자전거를 타고 답십리까지 종이를 나르기도 했죠”
정형양 위원장은 1974년 인천 배다리시장에서 처음 벽지와 장판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 날엔 무거운 돈 가방을 주운 일도 있었다.
“어느 날 일하던 가게 앞에 무거운 가방이 놓여있었습니다. 주인이 찾아가겠거니 하고 가게 문 앞에 챙겨뒀죠. 가게 문 닫을 시간까지 가방이 그대로 놓여 있어 확인하려고 열어봤습니다.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당시 처음 발행되기 시작한 5000원권과 1만 원권 지폐가 가득 들어있었으니까요. 그 길로 가게 옆에 있던 은행에 달려가 전해주고 왔습니다”
요즘의 젊은이라면 사례금을 요구했을 법도 하지만 가방 주인이 고맙다며 대접한 불고기 저녁상에도 그는 만족했다고 한다.

 

삶의 터전, 평택
정형양 위원장은 1979년 평택 통복시장에 장판·벽지 점포를 열고 본격적으로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수원 영동시장에서 일할 당시 성실히 근무하는 그의 모습을 좋게 본 사장님이 외상으로 물건을 떼 줘 가능했던 일이다.
“4~5년을 일하고 제 사업을 펼치기 위해 가게 사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외상으로 내줄 테니 가져가고 싶은 만큼 물건을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시동생들에게도 외상으로 물건을 내주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감사했죠. 그 덕분에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평택에서 일하며 두 여동생을 시집보낸 그는 함께 일하던 처남이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통복시장 가게 자리를 내주고 1993년 비전동에 위치한 현재 점포를 옮겨왔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손님이 많이 줄었습니다. 바쁘던 시절에는 앉아있을 새가 없었는데 지금은 온종일 사무실에 있어도 찾아오는 손님이 없을 때가 있어요. 그래도 제가 하는 일이 도배와 장판이다 보니 집수리 봉사를 할 때는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쁩니다. 제 사업이니 짬짬이 시간 내서 봉사에 참여하기도 수월하죠”

 

봉사 인생 30년
정형양 위원장은 평택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아무런 연고가 없었기 때문에 인맥을 쌓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호남향우회 활동을 시작했다.
“평택중앙로터리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도 호남향우회에서 쌓은 인연 덕분이었습니다. 백송의료재단 굿모닝병원 이승광 이사장님의 추천으로 가입하게 된 것이었죠. 또 평택중앙로터리클럽에서 쌓은 인연으로 적십자 평택봉사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인연을 따라 자연스럽게 평택봉사회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그는 많은 돈을 기부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몸소 실천하며 앞장서왔다고 한다.
“지역에서 봉사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힘들게 사는 이웃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모두 잘 먹고 잘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본적인 식사 해결도 힘든 분들이 곳곳에 계시니까요. 가능하면 모두 다 돕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점이 너무나도 안타깝죠”
대한적십자사는 정관에 따라 77세가 되면 명예 회원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정형양 위원장은 77세가 되기까지 몸이 허락한다면 열심히 봉사에 참여할 생각이다. 그의 노력으로 지역에 나눔과 봉사의 정신이 더욱 깊게 뿌리 내리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