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11월 17일

며느리가 시키지 않은 일 해
밀쳤는데 머리 부딪혀 뇌일혈

 

 

“진위군 송탄면 가재리(振威郡 松炭面 佳才里) 안영식(安英植)은 지난 十七일 오후 七시경에 자기 며느리로 있는 박금산(朴錦山, 9)을 시키지 않는 감자를 캔다고 떠다 민 것이 땅에 머리를 부딪치고 넘어져 일어나지 불과 두 시간 후에 사망하고 말았다. 지난 十九일 수원도립병원 외과부장 김하등 박사(金河橙 博士)가 출장 해부 결과 타박상은 없으나 뇌일혈로 사망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한다.”(조선중앙일보 1935년 11월 23일)

사고는 대부분 예고 없이 일어난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지만, 불행한 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1935년 11월 17일 어찌 그런 일이 있을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비극적인 일이었다.
송탄면 가재리 사는 박금산은 안영식의 며느리였다. 며느리 박금산은 11월 17일 특별한 일이 없었는지 감자를 캐고 있었다. 그런데 시아버지 안영식은 시키지도 않는 감자를 캔다고 며느리를 밀쳤는데 넘어져 돌부리에 부딪혔다. 갑자기 넘어진 박금산은 두어 시간 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시아버지인 안영식이 여러 가지 방안으로 대처했지만 안타깝게도 절명했다.
박금산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수원에 있는 도립병원의 외과 부장인 김하등 박사가 출장 나와 검사했다. 해부 결과 사망 원인은 타박상이 아니라 뇌일혈腦溢血 때문이었다. 뇌일혈은 일반적으로 뇌출혈腦出血이라고 하는데, 뇌의 혈관이 파괴돼 출혈한 상태로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적기에 의료치료를 받았더라면 사망은 면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편 박금산을 검사한 김하등 박사는 경성제국대학에서 <장관마비腸管痲痺에 한한 고장식염수高張食鹽水에 관하여> 등의 논문으로 1933년에 의학박사를 받았으며, 1929년부터 경성제국대학 조수로 있다가 1933년 10월부터 경기도 수원도립병원에서 외과부장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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