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스톨파운드,
市의 적극적 지원과 시민의식으로 활성화

 

민간이 운영하지만 세금·에너지요금 지역화폐로 납부
브리스톨파운드는 더 나은 소비하는 일종의 사회운동
지역의 자본 빠져나가지 않는 선순환 지역경제 구축

 

지역화폐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제도로, 동시에 지역공동체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아가 지방자치제도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성공적인 지역화폐 제도 운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지역의 구성원 모두가 지역 경제·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야 성공할 수 있다.
평택시는 지난 1월 2일 ‘경기평택사랑상품권’ 발행을 시작했다. <평택지역신문협의회>는 ‘경기평택사랑상품권’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지역화폐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특집 공동기사를 마련했다. <평택시사신문> 허훈·김재환 기자와 <평택시민신문> 박은석 기자, <평택자치신문> 김다솔 기자가 취재한 공동기사는 7회에 걸쳐 ‘경기평택사랑상품권’ 특집기사로 연재하게 된다. - 편집자 주 -

 

   

② 지역화폐 해외사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 위기는 전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1929년 경제 대공황에 견주어질 정도의 혼란이었다. 인구 43만 명의 영국 브리스톨시의 경제도 이 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지역경제는 침체됐고, 일자리는 줄어들었으며, 빈부격차는 심화됐다.

다른 국가의 경제 위기가 우리 동네의 경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안고 브리스톨시의 사회운동가들은 2009년 동네 ‘펍 pub’에 모였다. 이들은 기존의 경제시스템은 지역 커뮤니티의 건강성을 훼손하며 지역경제에는 오히려 피해를 가져올 수 있고, 나아가 영속적인 불평등과 지역 특색의 소멸을 초래한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더불어 시민의 삶의 방식이나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브리스톨파운드 £B’의 서막이 올랐다.

 

■ 브리스톨파운드?

2012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브리스톨파운드는 영국에서 가장 활용범위가 큰 지역화폐다. 2012년부터 8만 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졌고, 이를 위해 약 70억 원 규모의 500만 브리스톨파운드가 사용됐다. 지금도 매주 300건 이상의 소비가 브리스톨파운드로 이뤄지고 있다.

브리스톨파운드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회원들은 지류·모바일·온라인 방식으로 브리스톨파운드를 사용할 수 있다. 회원들은 버스나 기차를 탈 때, 세금을 낼 때, 채소·커피·빵을 살 때 브리스톨파운드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화폐를 활용하고 있다.

브리스톨파운드는 한국의 사회적기업과 유사한 형태인 지역공동체 기업 CIC(Community Interest Company)가 운영한다. 이 때문에 브리스톨파운드의 신뢰도가 의심받기도 하지만, CIC는 지역 금융기관 ‘브리스톨 크레딧 유니온’과 제휴해 브리스톨파운드 발행액만큼 실물화폐를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본위제 방식으로 신뢰도를 담보하고 있다.

CIC는 홈페이지에서 자신들의 지역화폐에 대해 “시의 끈끈하고, 지속 가능하며, 독립적인 경제 시스템을 창조하기 위해 마련했으며, 좀 더 공정한 지역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브리스톨파운드로 “지역의 자본이 대기업 본사로 빠져나가지 않는 지역 선순환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한다.

▲ 2018년부터 발행한 1£B 종이지폐

■ 브리스톨파운드의 정착?

민간의 사회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브리스톨파운드가 지역에서 활발히 유통될 수 있었던 것은 시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 덕분이었다. 초창기 브리스톨시는 CIC의 사무공간과 운영자금을 3년간 지원했으며, 지방세와 에너지요금 일부를 브리스톨파운드로 납부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했다. 더불어 ‘조지 퍼거슨 George Ferguson’ 전 시장의 경우 급여 전액을 브리스톨파운드로 받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으며, 시 직원 급여의 일부는 브리스톨파운드로 지급되고 있다.

시 당국의 지원과 더불어 CIC는 브리스톨 시민의 높은 시민의식 때문에 브리스톨파운드가 활성화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브리스톨 시민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이었으며, 지역 공동체성을 지니고 있었다”면서 “이러한 성향은 시민이 윤리에 대해, 정의로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했고, 돈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한다. 또한 “지금도 브리스톨파운드가 지역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투명하고 공정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를 바라는 시민의 마음을 증명한다”고 밝히고 있다.

▲ 브리스톨파운드 가맹점에 부착하는 ‘우리는 브리스톨 파운드를 받는다’는 내용이 담긴 스티커

■ 브리스톨파운드의 시사점?

브리스톨시에서도 화폐 형태의 브리스톨파운드를 본 사람은 드물다. 그 이유는 브리스톨파운드 회원들은 편리성 때문에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어 종이 형태의 화폐를 발급받아 이를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비율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는 지류 형태의 상품권만 유통되는 평택시의 지역화폐 제도가 앞으로는 최근 추세에 맞게 진화해야 할 필요성을 암시한다.

또한 현재 평택시의 지역화폐 정책은 관 주도의 성격이 매우 강한 반면, 브리스톨에서는 민과 관의 적극적인 협력 속에서 지역화폐가 성장했다는 점도 평택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브리스톨지역에서는 지금도 CIC를 중심으로 민과 관이 함께 포럼을 개최하는 등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민과 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지역화폐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브리스톨에서는 기차와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지역화폐를 이용할 수 있고, 세금을 낼 때도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어 성공한 지역화폐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끝으로 CIC는 “브리스톨파운드는 더 나은 소비를 하는 일종의 사회운동”이라며 지역화폐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이는 지역화폐 사용이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지역을 위한 착한 소비라는 점을 지역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과정으로, 시민들이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평택지역신문협의회 공동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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