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地域史는
우리지역 이해의
바로미터다

 

   
▲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노희영 씨는 브랜드 전략가다.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다. 어떤 인물인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탈세 전력도 있고 유수의 대기업 중역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솔직히 진실은 잘 모르겠다. 필자가 노희영 씨를 언급한 것은 그의 과거 전력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가 제시한 ‘나 다운, 우리다운 브랜드는 뭘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노희영 씨는 앞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다운 브랜드란 ‘기본을 버린 개성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본을 버리면 아예 경쟁력 자체가 없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본에 충실한 나만의 경쟁력과 개성’이 노희영 씨가 강조하는 ‘나다움’의 요체였다.

나다움 또는 우리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역사’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며 지역사 地域史는 우리 지역 이해의 바로미터다. 과거 역사와 삶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과거의 이해를 통한 정체성과 자긍심을 넘어 미래에 대한 올바른 방향성을 갖게 한다. 평택시는 급속한 발전 과정에 있다. ‘선진화된 100만 도시, 국제화 도시’는 결코 허언이 아니다. 하지만 빠른 발전과 변화는 그만큼의 후유증을 동반한다. 향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외부유입인구, 황해경제자유특구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인과 동남아인의 유입, 주한미군 평택 이전과 관련된 인구 유입은 평택시를 말 그대로 국제화도시, 다문화도시로 만들 것이다.

향후 평택시의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의 혼란이다. 역사, 문화, 예술 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다. 과거 평택시의 역사와 문화, 인물, 우리 선조의 삶은 유입인구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평택시의 발전 로드맵은 이 같은 변화를 염두에 두고 수립돼야 한다. 우리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비전을 세우고 정밀한 실행계획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 이 같은 역할은 누구의 몫인가? 필자는 정책 수립과 실행을 담당하는 평택시의 몫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관련 법안을 만들고 방향성을 고민해야 하는 평택시의회의 몫이 그다음이며, 교육을 담당하는 평택교육지원청, 평택시민의 역할이 그다음이다. 하지만 평택지역의 움직임은 지극히 미온적이다. 미래 발전의 달콤한 환상에만 빠져 있는 느낌이다.

필자가 알아본 바로 평택시에서는 신입 공무원 교육에 ‘평택바로알기’ 1시간을 배정하고 있다고 한다. 또 ‘희망평택투어’라는 공무원 연수도 시행하고 있다. 평택시가 그나마 작은 움직임이라도 하고 있는데 반해 평택시의회의 움직임은 거의 없다. 한때 평택교육지원청에서는 신규 교장이나 타 시·도 전입 및 신입교사연수에서 지역사 강좌를 몇 번 시행했지만 그 후로는 감감무소식이다. 초등학교 3학년 대상 ‘지역사 교과서’ 편찬도 여전히 졸속이다.

지역사교육의 암울한 현실은 타 지방자치단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산시에서도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고, 이웃한 안성시도 단발적인 강좌는 있었지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경기도에서는 사무관 승진시험에 지역사 시험을 의무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필자는 평택시 신규채용 공무원 연수의 지역사교육이 좀 더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급 과정에서도 일정 시간의 지역사 연수 이수를 의무화해야 한다. 평택시민대학에서는 시민에 대한 지역사 교육을 왜 외면할까?

지역사교육이 올바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우선 프로그램 개발과 예산 편성, 강사요원 양성과 관련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관련 교재와 동영상도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들의 현장탐방 프로그램도 분야별로 세분화, 내실화해야 한다. 평택을 모르고 평택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난센스다. 평택지역에 대한 이해만큼 ‘나 다운, 우리다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아름답고 예쁜 것만이 아니라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좀 더 중지를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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