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12월 31일

채무 재산 압수 후, 기차에 치여
의사·경관, 타살 의심 채무자 취조

 

 

“경기도 안성읍내(安城邑內)에 본적을 두고 진위군 서면 신대리(振威郡 西面 新垈里)에 사는 홍진표(洪辰杓, 32)는 여간한 재산을 가지고 그 동리 사람에게 대금영업을 하던 바, 얼마 전에 그 채무자 수십 명에게 환부를 심히 독촉하였으나 용이히 환보치 아니하므로 홍진표는 최후의 수단으로 모조리 재산압수 강제집행을 하여 다소간 채무자로부터 원악한 칭원의 소리를 들으면서 빚을 받아 가지고 지난 31일경에 성환(成歡) 방면으로 가다가 불행하여 기차에 치여서 참사를 당하였는바, (중략) 진위군 서면 도두리(棹頭리) 사는 정모(鄭某)는 이 일이 발생되기 3, 4일 전에 자기의 모친상(母親喪)을 당하였는데 이알 그 모친의 상례를 지내노라고 그 부근 산에 올라가서 방금 하관식(下棺式)을 지내려고 하는 때에 역시 혐의자 한 사람으로 그곳에서 체포를 당하여 그 모친의 장례도 마치지 못하고 유치장에서 추은 잠을 자고 있다는 사정이라더라”(매일신보 1922년 1월 18일)

예전이나 지금이나 연말연시는 다들 마음이 들떠 있다.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도 있지만 새로운 해를 맞아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래서 송년회 또는 신년회를 통해 묵은해는 정리하고 새해를 맞는 의식을 갖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맘때가 되면 사건·사고도 많이 발행한다. 1921년을 보내는 12월 31일 사건이 일어났다.

진위군 서면에 사는 대부업자인 홍진표는 젊은 나이지만 상당한 재산가였다. 그는 이를 활용해 동네에서 대부업을 하면서 재산을 불려 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고리高利에다가 빌려준 돈을 강압적으로 받아낸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원성이 자자했는데, 신문 기사에서도 ‘원악怨惡’이라고 할 정도였다. 이날도 채무자가 돈을 제때 갚지 않아 재산을 강제로 압수 집행하였다. 그리고 돈을 받아 돌아가던 중에 성환 방면에서 기차에 치여 죽었다.

사망 현장에 경찰과 의사가 출동해 검사한 결과, 누군가 홍진표를 죽인 후 새끼줄로 목을 맨 후 철로로 옮겨 과실로 죽은 것처럼 한 것으로 보고 타살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원한 관계의 살인사건으로 보고 다수의 채무자에 혐의를 두고 이들을 잡아들여 조사했다. 그중 혐의가 짙은 정모는 모친상을 당해 장지에서 하관식을 하던 중 체포돼 차디찬 유치장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

요즘도 고리 대부를 통해 서민을 괴롭히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듯이,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경제적 평등을 위한 사회는 이상으로만 치부해야 하는지 고민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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