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평화센터
오산미군기지 옹벽 피해
네 번째 재판에서
정부가 어떤 모습으로
피해 받은 개인과 맞설지
지켜보겠다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지난 2017년 주한미군은 K-55 평택오산미공군기지 확장을 위해 새로운 콘크리트 장벽을 세웠다. 새롭게 설치된 콘크리트 장벽은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435억 원으로 세워진 것이며, 5629m의 철근 콘크리트 장벽과 19개의 감시탑을 포함하고 있다. 처음 공사를 시작할 당시 서탄면 장등리 주민들은 철근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면 자연 지형상 장등리 일대가 침수 될 것이며, 침수를 막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장벽에 배수로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강하게 건의했다. 평택시도 주민의 의견을 받아 ‘한미실무협의회’에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군은 주민 의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공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해 7월, 폭우로 장등리 일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한 달 뒤인 8월, 또다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는 어떤 종류의 피해든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다. 이번 침수로 마을 주민은 삶터와 일터 모두 잃었다. 피해자는 평택시에 피해 금액을 먼저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평택시는 피해 금액을 먼저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피해자는 국가에 배상 신청을 냈다.

그리고 1년 6개월이 지났다. 침수 피해를 본 개인은 국가배상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 내용을 보면 미군도, 평택시도 본인의 책임이 아니라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미군 측은 콘크리트 장벽 바깥은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콘크리트 장벽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등리 침수는 장벽 바깥에서 난 것이니 그 책임은 평택시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평택시는 옹벽 바깥 1m까지는 한국 정부가 미군에게 준 공여지로 평택시는 어떠한 권한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이번 침수는 온전히 미군 책임이라는 것이다. 재판은 진행 중이지만 내용으로 봐서는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기회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장등리 침수 피해 국가배상 소송을 지켜보면서 누군가의 책임을 묻기 전에 먼저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고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미군 콘크리트 장벽을 쌓기 전에 정부는 미군 사업이지만 그 타당성은 물론 장단점을 주민과 함께 꼼꼼히 따져봐야 했다. 그것이 당연한 상식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 주민이 참여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무엇보다 농지를 잃게 되거나, 이 사업으로 이주를 해야 하거나, 직접 피해를 보게 되는 사람들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정부와 미군은 공청회 한 번 진행하지 않았고 주민들의 의견도 무시하며 사업을 강행했다. 사업을 시작한 후 모두가 우려했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이제는 정부 책임이 아니라고 뻔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참 우스운 상황이다.

이번 재판에서 내가 집중한 것은 미군 그 자체가 아니라 미군과 미군기지로 인해 ‘희생’ 당하고 ‘폭력’을 받고 있는 국민이다. 국가조차 보호해주지 못하는 사건·사고가 있다는 것, 그것으로 폭력과 희생에 노출되는 국민이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돼 있다는 증거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문제는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개인이 책임지고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가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합법적인 경우라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국가폭력을 인식하고, 그것을 막고 줄이는 방법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월에 있을 네 번째 재판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모습으로 피해 받은 개인과 맞설지 지켜볼 것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