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할머니들의 편안한 여생 도울 것”


연극 <숙자 이야기>로 기지촌 여성 알려
국가배상청구소송, 대법원 재판 진행 중

 

 

“대학 재학 시절,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도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공부를 하게끔 도와주신다면 어려운 여성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기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 이를 항상 마음속에 품고 살던 중 우연한 계기로 기지촌 할머니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하게 됐죠”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생활한 우순덕 햇살사회복지회 대표는 지난 2002년 평택으로 내려와 기지촌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햇살센터를 개원했다. 이후 그는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동안 평택지역에서 기지촌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감리교인이 되다
서울 노량진에서 태어난 우순덕(66)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감리교신학대학에 진학했다.
“가정 형편상 첫 입학금만 지원받고 대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방학이 되고 등록금을 모으기가 어려워지자 신림동 어느 기도원에서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어려운 여성을 위해 돕겠다고 말이죠”
간절한 기도 덕분이었을까. 그가 도움을 청하자 절실함을 알아본 교수가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교수님의 도움으로 여자기숙사 학생회장을 지내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열심히 기도했고 노력한 끝에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어요”
우순덕 대표는 졸업 후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당시 학업에 대한 열의가 상당했습니다. 신학을 더욱더 깊게 공부하고자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죠”
1978년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그해 5월 남편과 혼인을 했다. 남편은 목회자를 꿈꾸는 ‘신학도神學徒’였다.

평택에 내려오다
1983년 남편의 유학 생활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우순덕 대표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미국에서 살았다.
“처음 건너갈 적에는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는데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미국에서는 교회 전도사 생활과 단순 노동을 병행하며 생계를 꾸렸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몇 년이 흐른 뒤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우연한 기회에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 연합감리교회 여성국에서 장학금을 받아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소중한 기회였죠. 이후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성매매 리포트를 작성했는데 이때 처음 기지촌 할머니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우순덕 대표는 대학원 재학 중 여금현 목사의 제안으로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국제결혼 한 여성들의 모임에 참여해 일주일 정도 지내면서 기지촌 여성이 존재하는 도시 중 이들을 위한 지원 시설이 없는 곳에 센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동두천과 의정부 등 미군기지가 있는 도시에는 기지촌 여성을 위한 시설이 존재했는데, 평택에는 이들을 위한 시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002년에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에 ‘햇살센터’를 개원했죠”

햇살사회복지회 운영
우순덕 대표는 처음 센터를 개원할 당시 임준철 안정감리교회 목사의 도움으로 평택시에서 관리하던 국화회 명단을 받았다.
“사회복지사인데, 차 한 잔 달라며 할머니들께 연락을 돌렸습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셨죠. 첫 모임에 모두 일곱 분의 할머니가 찾아왔습니다. 다음 달에는 소식을 전해 듣고 30분이 넘는 할머니가 저희 센터를 방문하셨죠”
지난 2006년 햇살사회복지회로 명칭을 변경한 그는 할머니들과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연극 <숙자 이야기>를 공연한 일이다.
“<숙자 이야기>를 공연하기 이전까지는 할머니들이 외부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습니다. 연극은 할머니들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자신감을 되찾는 중요한 계기가 됐죠. 이후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일곱집매>라는 작품이 서울 대학로에서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우순덕 대표는 2014년 큰 결심을 했다. 그해 6월 25일 기지촌여성인권연대와 함께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소송을 한 것이다.
“2017년 1월 1심 결과가 나왔고 지난해 2월에는 ‘국가는 미군 위안부 117명에게 300만원 또는 7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서울고등법원의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후 정부 측 변호사가 대원법에 상고를 해 아직 소송이 진행되고 있죠”
그는 기지촌 할머님들이 여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것과 더욱 질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이 현재 햇살사회복지회의 가장 큰 목표라고 한다.
또한 오랜 기간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해온 우순덕 대표는 대법원에서 꼭 승소해 기지촌 할머님들의 한이 풀리는 날이 오길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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