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통합을 이뤄내면서
민주주의, 인권, 자주,
평화, 통일로 이어지는
흐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 이은우 이사장
평택시민재단

평택시를 비롯해 정부와 지자체별로 ‘3·1운동·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특히 평택은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일제 침략의 중요한 현장이었고, 일제 강점기에는 가혹한 수탈과 아픔을 겪은 지역이었기에 3·1운동 100주년이 갖는 의미가 남다른 지역이다. 1919년 3·1운동 당시 평택은 곳곳에서 수많은 민중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다 고초를 겪은 지역으로, 시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3·1운동 정신을 계승해 나가야 하는 역사적 책무가 주어져 있다.

평택시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념공원 조성, 선양사업 등을 펼치고 있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높여 나간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덧붙인다면 더 활발하게 선양 사업과 조사·연구 사업이 이어져 평택인의 삶과 역사를 희망의 공간으로 끄집어내는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 3·1운동 기념사업이 역사적 기념사업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재를 바라보고, 현재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통합과 희망’, ‘성찰과 혁신’의 평택을 열어가는 자양분으로 만들어나갔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일제강점기 평택인들이 겪었던 강제노역이나 수탈의 역사가 제대로 조사되고, 특정 지역 중심의 3·1운동 기념사업에서 벗어나 평택 곳곳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균형 있게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평택 출신의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내고, 자랑스러운 평택역사에 기록하고 선양해 나가야 한다. 평택은 해방 이후 좌우익 대립이 심했던 지역이다. 그렇다 보니 이념적 이유로 독립운동사에서 배제되고 조사·연구 작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결과로 누락되거나, 잊힌 독립운동가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 그간 향토사 연구가 실증적 근거와 객관화, 종합화하는 노력이 미흡한 채 주관과 주장, 이익에 경도된 점은 없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평택의 지난 100년을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시절 오늘날 평택의 형태가 갖춰지면서 수탈과 기생, 저항의 역사가 혼재됐으며, 전쟁 이후에는 미군기지가 생기면서 급격한 외부 인구 유입과 문화 충돌, 지역 간의 차이와 이질감이 존재했다. 이 과정에서 정체성과 자긍심을 상실하고 외형적 성장주의와 작은 이익, 소지역주의가 발목을 잡고 있는 불투명한 공간으로 평택이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100년은 달라져야 한다. 평택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 윤기를 발하고 풍요롭게 재창조돼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자리로 미래의 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 세상과 이야기하는 평택이 되어야 한다. 성찰과 소통, 화합과 공존, 협력과 미래로 나가는 3·1운동 100주년 맞이가 되어야 한다.

3·1운동은 ‘항일’과 ‘독립’ 운동을 넘어 ‘민주 공화’, ‘평화’, ‘보편가치의 실현’이라는 세계 역사와 함께했던 당당한 항거운동이었으며 민주주의·정의·평등·인권의 가치로 이어지고 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은 지금도 살아있다. 평택의 3·1운동 기념사업은 그 정신을 이어받아 지역의 역사와 삶을 찾아내고, 살려내고 창조하는 기념사업이 되어야 한다.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3·1운동은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촛불시민혁명으로 면면히 이어진 민주주의 역사의 물줄기가 됐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과 극우 인사들이 정치적 목적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왜곡을 일삼고 있다. 5·18에 대한 망언, 망동은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우리가 나아가야할 보편적 가치를 제시했던 3·1운동이 기념사업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른 역사를 전하고,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통합을 이뤄내면서 민주주의, 인권, 자주, 평화, 통일로 이어지는 도도한 흐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