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초등학교의
‘함께 외치다’ 행사가
온 세대를 아우르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 나경훈 교사
진위초등학교

‘1919년 3월 18일, 진위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이 만세운동을 전개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 진위초등학교의 전신인 진위공립보통학교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되새겨 보면, 역사의 전환기에는 항상 학생들을 중심으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시민의 목소리가 됐고, 우리나라를 변화하는 시발점이 됐다. 특히 1899년에 개교해 지금까지 120년의 온갖 풍파를 온몸으로 경험해 온 진위초등학교는 절치부심切齒腐心 평택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해 오고 있다.

진위초등학교는 개교 120주년을 맞아 격변기 속에서 소외됐던 진위면의 역사적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3월 18일에 열렸던 진위초등학교 학생들의 만세 재현 행사 ‘함께 외치다’는 잠시 잊혔던 마을 공동체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행사는 독립을 염원하며 누구보다 앞장섰던 진위공립보통학교 선배들의 뜻을 되새기고, 잘 알려지지 않은 진위면의 3·1운동을 일깨우고자 기획된 학교 자체 프로그램이었다.

장소 협조를 위해 연락을 취한 진위면사무소는 학생들의 뜻깊은 행사에 오히려 감사를 표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또한 진위면의 많은 기업이 후원해 행사에 풍성함을 더했다. 행사 당일에는 진위초등학교 출신의 지역 인사들과 마을 주민 다수가 참여해 학생들과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그동안 교과서 한 페이지와 언론의 단면을 통해 3·1운동의 이미지를 형성해 오던 학생들은 몸소 역사를 실천하며 그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이 됐다.

‘mentalites 망탈리테’라는 프랑스어가 있다. 특정한 시대에 개인이 공유하는 집단적 의식과 무의식을 지칭한다. 3·1운동을 몸으로 경험한 세대, 3·1운동을 경험했던 부모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세대, 그리고 3·1운동을 너무 멀게만 느끼고 있는 지금의 학생들. 이 세 집단이 3·1운동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진위면의 3·1운동을 소개한 전시판을 한동안 학교 복도에 설치했다. 학생 대부분은 관심도 없이 슬쩍 보고 지나가기가 일쑤였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연세가 지긋한 배움터 할아버지께서 유독 전시판 한 장에 눈을 떼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계셨다. 알고 보니 전시판에 나온 진위면 독립운동가 중 한 분이 할아버지의 동네 어르신이었던 것이다. 이미 오래 전 돌아가신 그 분을 추억하며 자리를 쉽사리 뜨지 못하셨다. 우리 학생들이 배움터 할아버지의 북받쳐 오는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언론매체를 통해 일제강점기를 수없이 보았다 하더라도 그 때의 시대적 분위기를 당시의 인물만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나조차도 역사적 감정 이입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획일화된 감정을 강요할 수도 없다.

망탈리테. 그 세대에 어울리는, 그 세대만이 공유할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즉, 감정 이입을 무리하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 시대를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한 것이다. 1919년 3월 18일 이후 100년 만에 재현된 진위초등학교 학생들의 ‘함께 외치다’는 온 세대가 저마다의 서로 다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화합의 장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행사가 온 세대를 아우르는 더욱더 뜻깊은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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