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직업재활
유리벽에 갇혀있는
사각지대와도 같다

 

▲ 이준호 시설장
사회복귀시설 나무

개인에게 일은 경제적 보상 외에도 시간의 개념을 갖게 하고, 사회적 참여를 하며, 집합적인 목표와 노력을 갖게 하고, 규칙적인 활동으로 사회적 정체감을 가지게 한다고 WHO에서 이야기한다. 이렇듯 현대사회에서 직업은 생계의 수단과 자아실현, 사회적 기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행복 추구의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직업 재활은 장애인 재활의 ‘꽃’이라고도 부른다. 장애인 재활파트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직업 재활은 당사자와 전문가집단에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다.

과거와 달리 정신장애인은 다른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고, 2000년 ‘장애인복지법’이 2차 개정되면서 정신장애인도 장애인 범주로 포함돼 비로소 제도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해 설치·운영되는 정신재활시설에서는 장애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정신질환으로 인해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자라면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자신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며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직업이 갖는 의미 이외에도 사회로의 재통합과 치료를 통해 회복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의 경제활동은 다른 장애 유형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전체 장애인 평균인 3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9%에 불과하다. 고용률 또한 전체 장애인 평균은 36.6%이지만, 정신장애인은 9.7%로 현저히 저조한 수치를 보인다.

통계에서 보여주는 수치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제도적인 측면과 현실적인 어려움 두 가지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선,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당사자가 장애등록을 하더라도 직업 재활 관련 서비스에서 배제된다. ‘장애인복지법’ 15조에서 정신장애인의 경우 법 적용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주거 편의, 상담, 치료, 훈련 등의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질적 정신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는 정신재활시설이 유일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의 문제다. 정신질환은 직업과 치료를 병행해야 함에도 취업 시 생계비 지원이 중단된다. 일정 금액 이상의 수입이 발생해 수급권이 탈락되면, 생계비 지원뿐만 아니라 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취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한 가지는 현실적인 부분이다. 필자는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정신장애인 직업 재활 관련 일을 해왔다. 많은 사람은 필자에게 “좋은 일 하시네요”, “귀한 일을 하시네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정신장애인 취업 현장에서 “정신질환자요?”라고 되물으며 기회조차, 아니 면접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직 우리 사회는 정신장애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것 같다. 이들은 범죄자도 사고뭉치도 아닌 단지 일상에 약점을 가진 사회구성원일 뿐이다.

2018년 8월 29일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관련 법 개정에 관련 토론회에서 당사자는 “정신질환이 발생해도 돌아갈 학교, 직장이 있다면 그 어떤 약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최고의 약은 바로 직업이다.” 라고 이야기 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얼마 전에 아이가 학교에서 배웠다며 율동과 함께 불러주던 노래 가락 한 소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 국악동요 ‘모두 다 꽃이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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