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답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 김수경/신한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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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연간 두 차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해 학교 폭력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이는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게 해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줄여나가기 위함이다. 취지는 좋으나 학생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결코 진솔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학교는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효율적’으로 실시한다.

반마다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컴퓨터실로 반 전체가 이동해 다 같이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응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같은 반인 경우가 많다. 두 학생이 같은 공간에 있다면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학교폭력과 관련이 없는 아이들은 빨리 끝마치고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거나 친구들과 잡담을 나눈다. 다른 아이들이 보고 있는 공간에서 혼자 늦게까지 쓰고 있으면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 십상이다.

또한 학교 컴퓨터실은 앞과 옆자리 컴퓨터의 화면이 가깝게 붙어있어 눈만 돌리면 친구의 화면을 바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를 마치고 나면 친구들의 컴퓨터를 보는 아이들도 있고 심지어 컴퓨터실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피해학생이 아닌 경우에는 객관식으로 된 질문에만 답하기 때문에 키보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지만 피해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쓰기 위해서는 키보드를 사용해야 한다. 과연 남들은 다 마우스만 사용하는 상황에서 키보드 타자를 두드릴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학교 일과 시간에 하는 것이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반 차례가 되어 다른 친구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해서 피해자가 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 하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2학기에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는 1학기에 겪은 학교폭력을 적을 수가 없다. 결국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그저 통계를 내기 위해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럼 통제가 전혀 되지 않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의 진솔한 의견을 끌어내기란 역부족이다. 취지는 좋지만 위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무의미하다. 본래의 취지를 살려 정확한 학교폭력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실태를 바라보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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