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변호사가 법정에서 서로 자신들의 의견을 내세우며 싸울 때가 있습니다. 죄인을 위해 변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혹자는 공동체에 위해를 가하는 사람을 왜 변호하느냐며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이 죄인을 변호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록 죄를 지었다 해도 그들 역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그들이 비록 소수라 해도 자신의 입장을 변호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죄’라는 것도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대에 따라 윤리도 달라지고 인식도 달라지는 만큼 우리가 규정해 놓은 ‘죄’가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반대쪽의 입장을 전함으로써 한번쯤 우리들의 생각을 검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것이 또한 우리가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가지로 의견을 정할 때 대부분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수결의 원칙에는 많은 사람들이 결정한 것은 옳다는 대중의 생각,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조금 다르다 해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암시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소수의 의견을 낸 사람들은 때때로 억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공동체가 형성되는 이유는 함께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수의 의견까지 모두 듣고 행하기 어려운 만큼 다수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동체를 운영함에 있어 그러한 의사결정이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인터넷이나 과학의 발달, 그리고 많은 경험에 의해 다수의 의견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소수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는데 큰 이견이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옳다고 생각했을 때 혼자만 아니라고 하는 것들이 무시되는 세상은 조금은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만큼 시대는 변하고 있고 우리의 생각도 변화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소수의 의견이 결국 옳았다는 것, 우매한 집단이 어떻게 현명한 소수를 억압하는지도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의견을 듣는 것 못지않게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공동체의 의사과정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더욱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입니다. 그것은 소수의 의견을 통해 다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이 옳다는 쪽으로 기울게 되고 그것은 자칫 집단 광기에 이르거나 잘못된 역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것은 의사결정에 있어 분명 쉽고 편리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고 당연시된다면 그 사회는 다수에 의해 장악되는 횡포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편리한 다수의 의사결정도 좋지만 우리의 생각이 혹여 틀린 것은 아닌지 소수의 의견을 들으며 끊임없이 되묻는 것, 그것은 우리사회를 조금 더 발전시키는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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