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11월 22일

불륜 두 남녀, 남편 죽이기로 작정
술에 양잿물 타서 먹인 후 목 졸라

 

 

 

“경기도 진위군 청북면 율리(振威郡 靑北面 栗里) 사는 장치삼(張致三)의 처 정성녀(鄭姓女) 서른 살 되는 계집은 작년 섣달부터 그 동리 사는 김교필(金敎弼) 스물일곱 살 된 자와 서로 정을 농한 후 두 사람의 뜻은 점점 친밀하여 감에 필경 그 남편을 죽여 없애고 편안히 재미있도록 살기로 여러 번 의론도 있다가 (중략) 악독한 계집은 그 옆에 있다가 허리띠 끝으로 그 남편의 목을 졸라매어 곧 죽게 한 후  간부는 그 자리에서 부정한 일까지 행한 일이 발각되어 두 명이 모두 잡히어 그동안 경성지방법원 야전(野田) 검사가 심리하고 공판에 부쳐 계집은 사형(死刑)에 처하였고, 간부 김교필은 종신징역에 처하여 달라고 검사는 재판장에게 요구함에 요악한 계집은 일향 애매하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양은 더욱 미워 볼 수 없었다더라.”(『매일신보』 1914년 11월 22일)

가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보다는 악녀가 더 인기가 있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는 그만큼 ‘악녀’라는 이미지에 충실히 연기하였기 때문에 얻어지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악녀에 대한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악녀에 대한 기사가 1914년 11월 평택을 흔들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청북면 율북리에 사는 정성녀는 이미 결혼한 여자였지만 같은 마을에 사는 김교필이라는 청년과 부정한 관계를 맺어왔다. 처음에는 잘못된 일이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점차 관계가 깊어지면서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이처럼 관계가 깊어지자 둘은 정성녀의 남편을 죽이고 같이 재미있게 편안히 살기로 작정하였다.

일단 결정을 내리자 정성녀는 남편을 죽일 기회만 노렸다. 그러던 중 1914년 7월 15일 새벽 2시경, 남편이 밖에서 일을 보고 돌아와 술을 달라고 하자, 기회를 보고 있던 정성녀는 술에 독한 양잿물을 타서 남편에게 주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던 남편은 양잿물을 탄 술을 마시고 곧 바로 격심한 복통으로 인사불성에 이르렀다. 정성녀는 이를 지켜보다가 허리띠로 목을 졸라 결국 남편을 살해하였다. 그리고 현장에서 두 사람은 부정한 행위를 할 정도로 잔학하였다.

이 사건은 바로 평택 사회를 흔들어 놓았고, 정성녀와 김교필은 경찰에 연행되었다가 경성지방법원으로 송치되었다. 재판 결과 정성녀는 사형, 김교필은 종신징역에 처해졌다. 그러나 재판 현장에서 정성녀는 자신의 죄에 대해 뉘우치기보다는 오히려 발악을 하여 악녀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것은 기사에서 정성녀에 대해 ‘악독한 계집’, ‘요악한 계집’이라고 하여 매우 부정적인 표현을 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표현은 당시 사회의 인식이 아니었을까 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