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잘 돼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8시간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어야
기업도 잘 되고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2019년 5월 1일은 ‘129주년 세계 노동자의 날’이다. 이날은 미국에서 8시간 노동할 권리를 외치다 희생당한 노동자들의 정신과 넋을 기리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승만 정권하에서 어용노조인 ‘대한노총’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 기념하다가 그마저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하에서는 ‘근로자의 날’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투쟁에 의해 1994년, 5월 1일을 세계 노동자의 날로 기념하게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세계 노동자의 날을 ‘근로자의 날’로 부르고 있다. ‘근로요’가 아니라 ‘노동요’이듯, ‘근로부’가 아니라 ‘고용노동부’이듯, 노동계에서 ‘노동자의 날’로 불리기를 원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 정부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를 애써 ‘근로자’라고 부를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노동자의 날’이 법정 휴일임에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 특히 비정규직은 쉬어야 하는 날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 참변을 당해왔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2017년 5월 1일 노동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출근해 일하다 크레인 참사로 6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노동절은 공휴일이 아니다. 회사와 노동조합이 맺은 단체교섭에서 노동절을 휴무일로 해놓은 사업장만 쉴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업장은 노동절에도 일해야 한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절반은 노동절에도 일하고 있으며, 화물·건설·대리운전·택배·보험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에는 노동자임에도 ‘개인사업자’로 신고하게 해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세계 노동자의 날에 쉴 권리마저 박탈되고 있다.

공무원·교사 또한 노동절에도 쉬지 못하고 있다. 관공서나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이날 쉬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체협약에서 휴무일로 정해 쉬지만, 공무원들은 출근하는데 쉬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못한 현실이다.

최근 노동절에 ‘특별휴가’로 쉬는 공공기관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라북도교육청은 노동절 계기수업 시행과 함께 재량휴업일 시행 안내를 담은 공문을 시행하고, 성남시와 광주시, 서울시는 노동절 특별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교사·공무원들이 이날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평택시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물론, 정부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있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5월 1일 노동절을 추가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더 일을 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일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있는 현실이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최장시간 노동시간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 1위임에도, 주당 연장근로 시간이 줄어들까 봐 정부와 재계가 노심초사다. 노동시간만 놓고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국가 가운데 2위지만, 노동생산성은 23위에 불과하다. 노동시간이 길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닌데 최장 시간 노동 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치권마저 노동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이 잘 돼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8시간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어야 기업도 잘 되고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국회에서 개악 시도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 도입 등 ‘노동악법’을 막아내고, 300만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과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담고 있는 ILO 세계노동기구 국제협약을 국회에서 비준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