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1월 31일

김포 사기꾼, 진위 젊은 청년 속여
취직 빌미 감언이설, 8원 20전 편취

 

 

 

“자칭 김포군 월곳면 박천리(金浦郡 月串面 朴川里)에 산다는 이기룡(李基龍, 二六)은 이리저리로 돌아다니면서 농촌 우민을 속여 금전을 편취한다는데, 일전에 진위군 병남면 지제리(振威郡 丙南面 芝制里) 이덕상(李德相, 二○)의 집에 가서 동리 이흥삼(李興相, 一九), 우동식(禹東植, 一六) 삼명에게 감언이설로 수원 모 주조공장 점원을 시켜줄 터인, 같이 수원을 가자하고 데리고 수원 산루리 수산여관에 와서 전기 삼인에게 대하여 하는 말이 우선 취직을 하려면 양복을 입지 않으면 될 수 없느니, 양복 살 돈을 내라하고 이덕상에게 삼원, 이흥삼에게 이원 육십전, 우동식에게 2원 육십전 합계 팔원 이십전을 편취하여 가지고 어디로 교묘히 종적을 감추었다 한다”(『매일신보』 1931년 1월 31일)

요즘처럼 취업하기 어려운 때가 있었을까. 더욱이 최저임금제가 시행됨에 따라 오히려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사태가 종종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없지 않다. 취업은 단순히 돈을 번다는 것이 아니라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살아가는 의식의 하나이기도 한다. 때문에 일자리를 이용한 취업사기가 종종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비해 권력을 남용하여 취업을 강요하는 사회도 역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취업사기가 일제강점기에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곤 하였다. 그만큼 당시에도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1929년 1월 말경, 김포에 사는 이기룡이라는 사람이 평택에까지 와서 취업사기를 한 사건이다. 평소에도 여러 번 사기를 친 전과가 있는 이기룡은 주로 일반 사회동향에 대해 잘 모르는 농촌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속여 돈을 갈취하였다. 1929년 1월 말경 평택에 온 이기룡은 병남면 지제리에 사는 이덕상, 이흥삼, 우동식에게 감언이설을 동원하여 수원에 있는 모 양조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였다.

이들 3명이 솔깃해 하자 직접 수원으로 가자고 꼬드겨서 산루리에 있는 수산여관으로 데리고 갔다. 이기룡은 취직을 하려면 양복을 입어야 하는데, 양복을 살 돈을 달라고 하였다. 이에 이덕상은 3원, 이흥삼과 우동식은 각각 2원 60전을 이기룡에게 주었다. 도합 8원 20전을 손에 넣은 이기룡은 양복을 사온다고 말하고는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이를 모르고 기다리던 이덕상 등은 발만 동동거리며 기다리다 결국 신고를 하였으나, 이기룡은 종적을 감추어 찾을 수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남을 등쳐먹은 인물은 우리 사회를 좀먹는 ‘바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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