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쌈’은
1학년에게 먹여진다
선배들의 말이라
강압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 김수경/신한고 2학년
ksg_0000@hanmail.net

고등학교 새 학기가 되면 각 동아리에서는 향후 3년을 함께할 신입부원을 뽑는다. 면접을 통과한 1학년 신입생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리 선배들과 회식 자리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회식 장소는 단체 인원을 받기 용이한 고깃집이 된다. 동아리 회식은 선후배 사이의 친목을 다지기 위한 자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학년 학생들에게는 불편한 자리에 더 가깝다.

회식을 하다가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동아리 선배들은 일명 ‘마늘 쌈’을 싸기 시작한다. 상추 위에 고기 한 점을 얹고 나머지는 마늘과 청양고추로 가득 채운다. 매운 소스까지 곁들이거나 쌈 안에 고기 한 점 넣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완성된 ‘마늘 쌈’은 1학년 후배들에게 먹여진다.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친구들도 있지만 아직은 낯설고 어색한 동아리에 적응하지 못한 대다수의 신입생들은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이다. 선배들의 말이라 거절하기 어렵다보니 강압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러므로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학생들도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마늘 쌈을 억지로 먹어야 한다.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회식 자리에 매번 같이 있어줄 수 없어서 통제해줄 사람도 없다. 이런 이유로 1학년 학생들에게 동아리 회식은 참석하기 꺼려지는 기피대상이 된다. 끝까지 먹으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삼키기 힘든 마늘 맛에 화장실에서 뱉고 오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쌈을 싸느라 엉망이 된 테이블도 문제가 되는데, 이렇듯 필요 이상으로 어지럽혀진 가게를 정리하는 건 온전히 가게의 몫이다.

앞으로 함께할 동아리 신입 부원들과 친해지자는 취지에서 회식을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먹기 싫어하는 마늘 쌈을 신입생들에게 강제적으로 먹이는 행위는 옳지 못하다. 누구나 1학년이었을 때 지금의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마늘 쌈을 먹기 싫었을 것이다. 동아리 전통이라는 핑계를 내세우며 친목 도모라는 명분으로 이런 회식 문화를 계속 이어간다면 결국 사라지지 못할 악습이 될 것이다. 이런 회식 자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는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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