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으로 살아오는 동안 평택의 공직자들이나 그 밖의 단체장들은 그대로인데 지자체장은 벌써 몇 번째 바뀌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시장님의 의지에 따라 평택의 지향점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지향하는 점과는 달리 결국 그 의지들을 실행하고 움직이는 것은 묵묵히 일하는 공직자들이었고, 때문에 평택을 움직이는 건 어쩌면 공직자들의 건강한 생각과 가치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평택의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현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향후 우리가 마주할 일들에 대해 지인들과 고민을 나누는 횟수도 늘어갑니다. 그런 생각의 한 축으로 요즘 특별히 마음에 남는 것은 바로 ‘한미 어울림 축제’입니다. ‘한미 어울림 축제’는 이름만 들어도 평택시가 지향해야 할 축제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앞으로도 주한미군과 함께 해야만 하는 것이 평택의 운명이고 보면 그들과의 공통점을 찾는 일이 축제의 형식이면 더욱 좋겠다 싶습니다. 6월 8일과 9일 이틀 동안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이었던 K-6 캠프험프리스 기지 안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멋진 의장대와 군악대 공연, 인기가수의 공연도 마련돼 있어 즐거운 축제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축제라는 이름 속에 묻고 지나가려 해도 자꾸 가슴에 툭툭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축제 프로그램 안에 전투기가 등장하는 에어쇼가 있고 미군들의 전투장비가 시민들 앞에 공식적으로 전시된다는 내용 때문입니다. 에어쇼나 미군들의 무기 전시는 아이들이나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 축제를 성공시키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가지고 올 우리들의 미래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무기를 보며 그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자랄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아이들은 그런 무기들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지고 배치된 것인지 의식하지 못한 채 최신식 무기를 만들어 내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동경하며 자랄 수 있습니다. 동경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의 출발점이 평화가 아닌 살상무기에서 출발한다는 것이고, 결국에는 사람을 죽이는 전투와 상대방에 대한 위대함을 동일시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큽니다.

의식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물들어 갑니다. 자각이 사라진 국민에게 자립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평택 시민들은 주한미군과 교류하고 화합은 하되 궁극적으로 국민의 올곧은 의식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위정자들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름지기 축제라고 한다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축제여야 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함께 즐기는 축제여야 할 것입니다. 호기심과 즐거움을 준다는 이유로 군대의 최신식 무기를 동원해 강대국의 우월감을 보여주는 축제는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모름지기 인구 50만 대도시 평택을 위한다면 축제 하나에도 미래를 생각하는 가치와 철학이 필요합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평택의 미래를 서서히 어둡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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