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미화하는
한미어울림축제가
열려서는 안 된다

 

▲ 김영정 관장
안중노을작은도서관

얼마 전 ‘6월 8일과 9일 이틀간 K-6 캠프험프리스에서 한미어울림축제(군문화축제)가 열린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미군 에어쇼와 미군 장비 전시·체험, 헬기 레펠 등의 행사를 하며 지역의 축제를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축제의 내용을 보면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은 평화와 어울림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이는 ‘전쟁을 했을 때 우리는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로 비춰졌다. 전쟁 무기를 선전하는 내용의 축제라니,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와서 사람 죽이는 전쟁에 쓰이는 무기를 관람하라니 있어도 없애야 할 판에 새로 생긴다는 것은 정말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K-6 캠프험프리스가 위치한 부지는 어떤 땅인가? 2003년 황새울 들판에서 농사짓고 살던 대추리 마을 주민들을 내쫓고 미군기지를 확장한 땅이 아니었던가! 터전을 지키기 위해 2007년부터 1000일 가까운 시간을 농민과 시민이 촛불을 밝힌 곳이다. 남의 나라 군대의 기지를 확장하기 위해 국민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만들어진 곳이 바로 K-6 캠프험프리스다. 불과 10여년이 조금 넘는 일이다. 여전히 가슴 한편에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을 진데, 평택시는 ‘평택시 대표 축제’로 발전시키겠다며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며 한미어울림축제를 추켜세우고 있다. 그것도 전쟁의 반대말인 평화와 어울림이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하는 축제다.

팽성읍 안정리 K-6 캠프험프리스에서 세균무기 실험을 할 수 있는 미 국방부 예산이 있다는 언론 보도도 접했다. 무서웠고, 두려웠다.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하겠지만 이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그 실험이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조차 알려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더 두렵다. ‘안전하다, 보안이다, 가만히 있어라’라고 이야기하며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실험이 이뤄질 것이 예상된다.

축제라는 이름으로 가장 위험한 곳에 시민을 불러들이고 있다.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축제의 장에 세균무기실험장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축제에 참가할까? 단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축제는 대대적인 광고를 하더라도 미군기지에 세균무기실험실이 있다는 것은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감추고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갈라진 땅에 태어나서, 날 때부터 편 가르기를 배워왔다. 온전한 사고를 하기보다는 반쪽인 사고가 더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화합과 공존 그리고 차이에 대한 인정, 다양성을 배워나가기도 사실 쉽지 않다. 그런데 누군가를 죽이는 살생 무기를 실험하는 곳에서, 전쟁 무기를 전시하고 전쟁에 대한 싸움 기수를 보여주는 축제가 열린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평택시민으로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로서 한미어울림축제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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