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인구 평택은
‘개발’과 ‘만들기’에서
‘문화와 돌봄’, ‘가꾸기’로 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새로운 시발점을 삼아야 한다

 

   
▲ 이은우 이사장
평택시민재단

평택시 현덕면 도대3리 인근 마을 풍경이 하루가 다루게 스산해지고 있다. 주민들이 하나둘 마을을 떠나면서 빈집은 늘어나고, 마을 숲은 나무가 베어지면서 누런 속살이 드러나고 있다. 처음 교회에 가기 위해 마을에 들어가면서 느꼈던 아름다운 기억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슬프다. 이제 원주민과 동·식물, 숲이 사라진 이곳에는 개발의 상징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줄 것이다. 한쪽에서는 미세먼지를 줄인다며 나무심기 정책을 펼치고 있고 한쪽에서는 개발을 위해 더 많은 나무가 사라지고 있는 안타까운 풍경이다.

오래전 청북읍 옥길리 일대를 방문했다가 평택에서도 이러한 자연환경이 존재한다는 것에 경이로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평택호 인근 마을과 숲을 거닐면서 행복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이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자연환경이 평택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양적 성장 중심의 개발지상주의가 극심한 평택에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곳은 땅값이 싸고 원주민이 적다는 이유로 시세 차익을 노린 개발업자들이나, 개발성과에 치중한 공무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일동 일대의 브레인시티 개발지역도 평택에서는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숲이 잘 보존됐던 지역이었다. 불투명한 사업 추진과 땅값 거품, 사업성 논란과 정치권 개입, 주민갈등, 해제, 재추진 후유증을 반복하다가 다시 특혜성 변경계획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공공성과 투명성의 논란,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평택시민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덕동산, 부락산도 미래를 바라보는 도시정책이 추진됐다면 숲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평택의 현실에서 더욱 소중한 가치를 지녔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환경을 위해 숲을 조성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개발을 위해 잘 조성된 숲을 없애는 모순된 정책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없애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새로 조성하는 것은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 평택이 되길 바란다.

최근 평택시가 50만 인구 진입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면서 정장선 시장이 향후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의 새로운 시발점으로 삼겠다고 해서 다행스럽다. 지금까지 평택시가 세웠던 도시기본계획이나 도시정책은 외형적인 경제 성장과 개발에만 맞춰져 있었고, 지금도 성장과 이익에만 치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장선 시장이 강조하는 질적 성장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개발만이 성장이다”, “인구 증가만이 성장이다”라는 개발주의 시대의 패러다임 연장선에서 과도한 인구계획에 치중하고 있는 평택시의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하고, 그간의 도시정책을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도시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도시의 각종 문제를 진단하면서 50만 인구 시대를 준비하는 ‘성찰과 비전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시민의 삶이 편안하고 쾌적해지기 위한 ‘살림살이’ 도시정책을 구체화하고, 시민의 행복한 삶이 경제적인 성장만으로 끝나지 않고 공동체를 활력과 열정, 소통과 배려의 도시로 만드는 지속적인 ‘평택風’ 비전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평택시의 도시정책 방향이 혼란스럽고 명확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정장선 시장은 새겨들어야 한다. 메시지가 모호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질적 성장에 대한 구체성과 방향성이 명확하지 못하고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철학과 세밀한 혁신정책, 추진력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50만 인구 평택은 ‘개발’과 ‘만들기’에서 ‘문화와 돌봄’, ‘가꾸기’로 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새로운 시발점을 삼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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