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푸드, 배움의 끝에 자리한 결실

내 손으로 이뤄낸 것 하나는 있어야
좋은 먹거리, 제값에 사는 것이 정답

 
“로컬 푸드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기초로 합니다. 평택에서 생산된 농산물들 대부분은 가락동 시장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판매되는 것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손을 거친 먹거리들은 이미 생기를 잃고 맛과 영양 면에서 처음과 비교하기 어렵게 됩니다. 결국 로컬 푸드는 단순한 유기농이라기보다는 지역에서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기본 바탕에 자리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덕면 방축리에서 영농법인 ‘장아짱아’를 경영하고 있는 이옥자 대표는 평택 로컬푸드의 꿈을 키워가는 전통식품마이스터이자 평택시 우리음식연구회장이기도 하다. 농촌이 아닌 대도시 출신이면서도 얼마 전 수료한 한경대학교 전통식품마이스터과정 수료과제 발표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을 뽐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31년 전 결혼해서 평택에 처음 오게 된 것이 이맘때였죠. 부산에서는 구경하기 힘들었던 눈이 많이 보여 참 좋았는데 막상 살 곳에 들어서니 쌓인 눈들이 녹은 비포장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진흙에 빠지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짜증을 냈었죠”
부산에서 남부럽지 않은 집안의 딸이었던 이옥자 대표는 목장을 경영한다는 남편의 말에 푸른 초원과 전원생활을 꿈꾸며 평택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농촌의 어려운 생활환경은 평생 농사라곤 풀뿌리 하나 구별할 줄 몰랐던 이 대표에겐 견디기 어려운 시련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마당에 나가보니 이상한 풀뿌리가 돋아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집안일도 도움을 못주고 있던 차에 잘 됐다 싶어서 잡초라도 뽑아야겠다는 마음에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뽑는 과정에 눈이 너무 매운 거예요. 그래도 꾹 참고 전부 뽑아버렸죠. 뿌듯하게 앉아있는데 일을 마친 남편이 씩씩거리며 들어오더니 그러더군요. 파 심어놓은 것이 싹이 나기 시작했는데 누군가 다 뽑아버렸다고…”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 온 이옥자 대표가 신혼 초의 위기를 극복하고 농촌생활에 적응하기로 마음잡게 된 것은 “살아보지도 않고 결정 내리기는 이르니 10년 만 투자해 보라”고 말한 이웃집 아주머니의 권유 덕이었다. 과수원을 경영하고 있던 이웃집 아주머니역시 서울에서 내려와 살던 외지인이었기에 그의 말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배움을 택한 그녀가 평택시농업기술센터를 찾은 것은 1993년, 생활개선회에 가입한 그녀는 그 후 2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익혀간다.
“10여년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당에 있는 바위에 앉아 커피한잔을 마시며 멀리 지평선을 바라봤는데 노을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때부터 평택이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맘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고요”
유달리 까다로운 아버지 입맛을 맞추기 위해 다 큰 딸에게 밥 짓는 것조차 맡기지 않았던 이옥자 대표의 친정어머니는 그러나 반찬을 만들거나 장을 담그는 일이 있을라치면 딸들을 불러 놓고 옆에 앉아 보게끔 했다. 그 모습을 오래 지켜보았던 그녀는 자연스레 어머니의 손맛과 기술을 몸에 익히게 되었고 그 자산은 ‘장아짱아’로 이어졌다.
“계속 교육만 받다보니 이젠 뭐든지 내 손으로 이뤄내는 것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소나무가 많은 이곳은 장맛을 좋게 만드는 송홧가루도 많아 장 담그기에 적격이었죠. 어릴 적 보고들은 것이 있어서 자신 있는 일이기도 했고요”
로컬 푸드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이옥자 대표는 텃밭에 직접 콩을 심고 부족한 재료는 근처 농가를 돌며 구입해 고추장을 담가 선보였고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시작 첫 해이지만 벌써 로컬 푸드로 꾸며진 먹거리 꾸러미를 정기적으로  제공받는 회원이 95명으로 늘어난 것.
“사실 아직은 좀 미약하죠. 준비는 거의 갖춰졌는데 로컬 푸드에 대한 인식 확산은 좀 더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신선하고 좋은 먹거리를 싸게 사려고 합니다.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신선하고 좋은 먹거리를 제값에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합니다. 지역 내 순환으로 유통과정이 단순하기 때문에 판매자도 지나친 욕심은 버려야죠”
자신의 손으로 만든 제품이 해외까지 나갈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이옥자 대표. 어느새 부산 거리가 낯설어질 만큼 평택 사랑에 흠뻑 젖어 있는 그녀의 당찬 꿈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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