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권/사우

 

▲ 이단비 사서
평택시배다리도서관

요즘 현대인들의 소통 창구는 온라인이나 모바일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사실 핸드폰이 하루만 없어도 정말 괜찮은 사람은 얼마 안 되고, SNS를 즐겨 하는 사람에게 하루만 딱 참고 인터넷을 하지 말라고 한다면, 답답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 답답함은 타인과의 소통 창구가 사라져서 나타난 감정이다. 그럼 휴대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는 과거에는 어떻게 소통을 했을까? 바로 ‘편지’다.

요즘 시대의 SNS가 일방적인 나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곳이라면, 편지는 상대방과 나의 이야기가 모두 담긴 소통창구이다. 또한 당시 한문을 쓰지 못했던 신분이나 성별에서 차별받던 사람들도 쉽게 쓸 수 있었던 한글로 쓰는 편지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던 소통창구이자, 현재까지 역사적 자료로 남아 후손들에게 귀한 가르침을 주는 문화유산이다.

이 책의 작가 정창권은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초빙교수이자 인문저술가로 널리 활동하고 있다. 주로 역사 속 소외계층인 여성, 장애인, 기타 하층민과 관련된 교양서를 저술하여, 이들의 삶에 주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 역시 한글편지를 중심으로 역사적 인물들의 소통방식에 대해 보여준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역사 속 인물들의 편지들을 ‘스토리텔링형’으로 쉽게 읽을 수 있게끔 풀어썼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93페이지의 ‘살림하는 남자, 퇴계 이황’ 편을 보면, 퇴계 이황이 왜 편지를 가족들에게 자주 쓰게 되었으며, 왜 조선시대에서 살림하는 남자가 되었는지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퇴계 이황의 정실부인에게 지적 장애가 있었으나, 아내를 16년간 존중한 퇴계 이황의 삶을 편지와 함께 담아내 이황의 가정을 생각하는 마음도 독자들이 언뜻 짐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시대에 여성 성리학자인 강정일당에 대한 내용도 있다. 강정일당은 독특하게 쪽지 편지를 이용하여 남편에게 제안하거나 의논할 일들을 소통하곤 했다. 다음은 그 쪽지의 일부분이다.

“방금 들으니 당신이 남을 책망할 때는 노여움이 지나치다 하니, 이것은 중도가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 비록 남을 바로잡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먼저 바르지 않으니 과연 옳은 일이겠습니까?”

 강정일당은 50년 선배인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의 뜻을 이어 받아 ‘하늘에서 받은 성품은 애당초 남녀의 차이가 없다’는 인용 문구를 편지에 쓴 적이 있다. 현 시대에 와서야 ‘성차별’에 대한 키워드가 여러 논쟁에 대한 쟁점이 되었는데, 조선시대의 성리학을 배운 여성이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에 저러한 문구를 인용했다는 점은 시대를 뛰어넘는 그녀의 놀라운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바쁜 현대인의 삶에 다른 이와의 ‘소통’은 여유가 될 때 할 수 있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소통의 매개체가 발달되지 않은 과거에도 끊임없이 타인과 소통하고 타인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했다. 핸드폰과 인터넷이 없으면 답답한 우리 세대들은 한번쯤 읽어볼만한 선조들의 ‘소통 롤링페이퍼’ 같은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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