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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영의 세상돋보기 - 조선시대 유교문화의 상징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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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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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물질의
축복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정신세계
유산 또한 중요하다

 

   
▲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오늘날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부족함이 느껴지는 효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며 충, 효, 예를 중시하던 조상들의 지혜를 찾아보기가 힘든 요즘이다. 누구의 탓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떠했을까?

정문旌門은 전근대 시대 국가에서 효자孝子·충신忠臣·열녀烈女가 살던 마을 입구 또는 살던 집 앞에 그 행실을 널리 알리고 본받도록 세운 붉은 문을 말하며 이를 홍문紅門·홍살문이라고도 했다. 또한 그 행실을 널리 알리고 표창하는 것을 정표旌表, 그 일을 정려旌閭라고 했다. 조선은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하면서 유교 가치관을 확산시켰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유교적 윤리 규범에 따른 선행을 장려하는 일이었다. 그 가치 기준에 합당한 인물, 곧 효자孝子·순손順孫·의부義夫·절부節婦 등을 가려 뽑아 예조에 보고하도록 하고, 정문旌門·복호復戶·상직賞職·상물賞物 등으로 정표했다. 때로는 면천免賤을 통한 신분 상승의 기회도 주어졌다.

조선의 정표 정책은 고려의 것을 계승해 1392년(태조 1) 7월부터 시작, 순종 때까지 이어졌다. 군주가 즉위하면 충신·효자·의부·절부에 대해 각 지방에서 보고하도록 했다. 세종 때에는 효자에게 벼슬을 내릴 때 벼슬이 없던 사람이면 종9품, 원래 벼슬이 있던 사람이면 1자급을 올려주는 법령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령이 있어도 관찰사나 수령이 이 업무를 충실하게 거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업무를 게을리 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도 마련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효·우애·절의자로서 복호가 된 자는 죽더라도 처가 살아 있으면 그 혜택을 받았다. 이러한 업무를 게을리 한 수령은 관찰사가 출척했다. 성종대에는 효자를 관직에 서용할 경우 각 관찰사에게 명하여 상경시켜 그 인물을 조사해서 재능에 따라 서용시키기도 했다. 16세기에 들어 유교교화의 강조와 함께 정표가 확대됐는데, 중종대에는 연산군 때 무너뜨린 정문을 다시 세우고 정표를 확대하기도 했다. 임진왜란은 이러한 유교 질서에 커다란 타격을 가해 이후 난으로 인해 각종 문건이 없어져 정표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같은 대규모의 전쟁은 효자·충신·열녀들이 대량 발생하는 여건을 제공하기도 했다. 광해군 초기에는 임진왜란 때 효자·충신·열녀들의 실제 행적을 모아 〈동국신속삼강행실도 東國新續三綱行實圖〉를 만들었다.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효자로 포상받은 자의 신분을 보면, 사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줄고 양인과 천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났다. 정표는 대단한 명예로 여길 뿐 아니라 잡역을 면제받기 때문에 향촌 사회에서는 정려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하기도 했다. 또 혈연관계 혹은 학문적 인연을 맺은 집단이 군현에서 정표를 요청하는 일도 잦았다.

향촌 사회에서 자랑으로 여겨지던 효자·열녀·효부 등의 사례들이 최근에는 드문드문 매스컴에 등장하는, 매우 보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풍요로운 물질의 축복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정신세계의 유산 또한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패륜 범죄들 또한 가정에서의 효의 상실에서 비롯돼 어릴 적부터 받아야 할 사랑에 목말라하고 남에게 상처 주는 것에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랑은 서로 나누는 것이다. 가정의 중심인 아버지들부터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자. 가정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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