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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권의 책 - 산책을 듣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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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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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사계절

 

   
▲ 손민정 사서
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

책의 주인공 수지는 어렸을 때부터 듣지 못했다. 들리지 않았지만 어릴 적 수지는 노래를 좋아했고, 멋진 무용수를 꿈꾸기도 했다. 수지와 엄마는 그들만의 수화로 대화할 수 있었고, 수지는 듣지 못했지만 꽤 행복한 나날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숙생 민석 아저씨의 애인 주희 언니한테 배운 구어를 통해 수지는 사람들의 입모양을 보고 소리 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일 년간 노력 끝에 몇 개의 단어를 소리 낼 수 있었지만 수지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굴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정상이 되었다며 기뻐하는 꼴이라니. 배신감이 들었다. 그전까지 나는 부족함 없이 충만한 삶을 살았는데, 1년 동안 죽을 듯이 고생한 끝에 이제 보통사람 흉내를 조금은 낼 수 있다는 말을 듣는 게 싫었다.” - p.32

열여덟 살이 되고 수지는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며 수지는 특수학교가 나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한다기보다 나를 분리하기 위해 운영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게 나만의 독특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지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수지는 특수학교 생활에 의문을 품게 했다. 그러던 중 수지 할머니의 결단으로 인공 와우 수술을 강행하게 된다. 엄마는 수술을 하게 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사는 게 수월해 진다고 했지만 수지 스스로는 소리를 못 듣는다고 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수지 엄마의 말처럼 인공 와우 수술을 하고 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수지가 내린 정답은 책을 보며 확인하기를 바란다.

<산책을 듣는 시간>은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장애인을 바라볼 때 으레 생기는 편견과 세상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청각장애를 가진 수지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우리는 ‘장애를 가지면 불편하니까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교육받아 왔다. 하지만 그 배려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 볼 기회는 부족했다. 책을 읽으며,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바라볼 때 나도 모르게 들었던 동정 어린 마음이나 상대가 원치 않는 배려가 가진 폭력적인 면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귀가 들리건 들리지 않건, 색이 보이건 보이지 않건 간에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수지와 수지의 친구 현민이는 충분히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특수학교에서 만나 공감대를 형성한 두 10대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들어볼 수 있다. 책 뒷부분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나오는 <미스 블랙홀>은 책 속 수지와 현민이가 만든 노래로 북트레일러를 함께 감상하면, 책이 전해주는 감동을 더해준다. 그들이 만든 노래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운 청소년들의 이야기 <산책을 듣는 시간>을 이 한권의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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