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과 같이
사회적 재난 수준의
문제 해결을
개인에게 돌리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 김미성 집행위원장
환경문제해결을위한평택시민연대

매일 아침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며 마음졸여온 나날에 요즘 새로운 걱정거리가 하나 더 얹어진 불쾌한 기분이 든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내 집에서 조용히 가족들의 생명과 건강을 노리는 ‘라돈’ 때문이다.

라돈은 무색, 무취, 무미의 물질로 전문 측정기가 아니면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어 더욱더 두려운 물질이다. 라돈은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와 분열하며 방사능을 방출해 폐 조직을 손상시킨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손상이 반복되면 폐암으로 발전하게 되므로 라돈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그런데 최근 전국 각지에서 신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라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신축아파트에 사용된 일부 자재 또는 콘크리트에서 라돈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 발생하는 라돈의 양이 기준치를 수십 배 웃도는 집도 있다. 그런데 건설사들은 자동응답기처럼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국내 ‘건축법’상 라돈의 허용 기준치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이다.

시공사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라돈이 검출되는 건축자재를 사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느냐에 대한 의문은 경제적 논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이익을 위해 고객의 생명과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시공사의 횡포인 것이다. 정작 그 회사와 브랜드를 믿고 수억 원에 달하는 돈을 들여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마음편히 쉬어야 할 내 집에서 매일매일 두려움과 싸워야 하는 이 상황이 기가 찰 노릇이다.

새로운 대단지 아파트가 연달아 들어서는 평택도 이 문제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지난달 이병배 평택시의회 부의장이 주재한 ‘라돈문제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평택시의회와 평택시 관련 부서, 문제가 발생한 아파트 입주민, 환경문제해결을위한평택시민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안전한 주거환경을 위한 법안 발의, 신뢰성 있는 라돈 측정자료 데이터 구축, 시민운동 차원의 협의체 구성에 대한 의견이 나왔고 협의체 구성을 위한 준비모임을 발족했다. 첫술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리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논의된 내용들이 매우 중요했고 의미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보여줬던 부도덕한 기업과 무책임한 정부의 모습은 OECD에 가입한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나라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실망스러웠다. 이제는 개인의 안전을 스스로 해결하라는 후진적 발상과 경제적 논리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부도덕한 기업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지자체는 조속한 상황파악으로 시민의 안전문제 해결을 돕고 안심할 수 있도록 대책을 제공해야 하며, 정치권에서도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이자 국민인 소비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중시하는 기업이 존경받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소비자인 시민의 몫이다.

기업은 도덕적 책임을 다하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건축자재에 대한 안전기준 조차 없는 현실, 라돈과 같이 사회적 재난 수준의 문제 해결을 개인에게 돌리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창문을 열면 미세먼지, 창문을 닫으면 라돈,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절망적이다”라며 참담한 심정으로 한탄하는 말을 들었다. 시민들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대통령의 말이 유행어로 끝나지 않고, 정말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되기를 정말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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