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어진 에너지가
소진됐다면 다시 충전해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해야 한다

 

   
▲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한병철 교수는 자신의 저서 <피로사회>에서 현대사회의 성과주의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생산성에 중점을 둔 산업사회에서는 강한 육체의 피로로 인해 정신적, 심리적 피로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산업의 변화에 따라 점차적으로 정신노동이 증가하고 그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무기력이 질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1974년 독일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 1926~1999)가 ‘번 아웃’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된다.

사람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 어느 순간 마치 에너지가 방전된 것처럼,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로, 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서는 ‘번 아웃 증후군’을 직업 관련 현상으로 포함하면서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정의했다.

용어 그대로 Burn-out 번 아웃은 ‘타버리다, 소진하다’라는 뜻으로 에너지가 소진되어진 느낌, 일에 대한 심리적 괴리감, 자괴감, 일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의 증가, 업무 효율의 저하, 대인 관계의 기피 등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한 때 ‘열정’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이 모든 에너지를 쏟게 만들었던 것들이 모든 에너지가 소진돼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무기력까지 큰 문제로 나타나는 것이다. 시쳇말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를 하면 야근에 보충수업으로 수당을 더 받을 수는 있지만, 입시가 끝나면 약값과 병원비로 더 들어간다는 말이 한 때 있었다. 1년 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울증이나 대인기피, 공황장애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 극복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첫째, 완벽주의자가 되지 말라. 세상 모든 일들이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아니 가끔은 신들도 실수를 하는데 완벽할 수는 없다. 그것을 인정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한 것이고 나부터 인정하고 사람을 대해야 한다.

둘째, 자기애를 실천하자. 보통 성공한 사람들은 가족이나 주변에는 관대하지만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하거나 인색한 경우가 많다. 자신을 불태워 사회적 명망을 얻는 것이 행복의 골이자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자신에게 많은 칭찬과 보상을 하라.

셋째, ‘쉼’이 다시 일어서는 힘이다. 쉬지 않고 매일 새벽까지 야근하고 주말에도 업무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은 더욱 빨리 에너지가 소진된다. 심지어 병까지 얻는다. 최근에 ‘힐링’이라는 용어가 대두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적절한 휴식은 다시 일어서고 힘을 낼 수 있는 자양강장제다.

마지막으로, 꼰대가 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과거 경험들을 이야기하면서 마치 그것이 진리이고 최고인 것으로 생각해 동료에게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를 소진시키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옛 것을 답습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하지 못하면 업무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만 가는 것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 했다. 한 때 나에게 주어진 에너지가 소진돼 간다면 다시 충전해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해야 한다. 이런 현상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중앙정부가 하나 되어 쉼을 즐길 수 있고, 가정에서의 행복을 찾고 그 행복이 사회로 전파될 수 있는 나눔의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인구 50만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평택에서도 특화된 힐링 사업을 추진해 시민 모두가 쉼을 통해 새 힘을 얻고,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행복도시가 될 수 있도록 도시 디자인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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