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태/시대의창

 

 

   
▲ 김미희 사서
평택시립도서관

최근 몇 년간 구제역, AI같은 가축전염병이 반복될 때마다 방역업무에 많은 공무원과 용역 직원들이 투입되었다.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고, 결국은 대규모 공장식 축산 형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깊은 회의도 들었다.

이 책은 작가가 이러한 공장식 축산 형태로 운영되는 닭, 돼지, 개 사육농장에서 4년 동안 일하며 기록한 정말 대단한 노동에세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권리와 윤리 문제부터 그곳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외국인노동자들의 삶까지 보여주는 생생한 르포다. 마주하기 불편한 내용이지만 발로 쓴 작가의 열정, 유머와 위트, 진솔하고 긍정적인 시선이 무게감을 덜어준다.

솔직히 책을 읽고 나면 고기 먹기 힘들어진다. 너무도 비참하고 충격적인 사육 현장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기 때문이다. 닭들은 비좁은 케이지 안에서 한 마리도 아닌 세 마리가 죽을 때까지 지낸다. 태어나자마자 알을 낳지 못하는 쓸모없는 수탉은 생명이 붙어 있는 채 쓰레기로 버려진다. 발육이 늦어 사료 값만 축내는 닭도 마찬가지다.

돼지는 스톨이라 불리는 케이지에서 눕거나 일어서는 일을 빼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산다. 예민한 돼지는 단조로움을 참을 수 없어 케이지 철창을 물어뜯거나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자해도 한다. 새끼를 낳는 엄마 돼지 모돈은 새끼 낳으러 가는 길을 제외하고는 스톨에 갇힌 채로 산다. 일곱 번 정도의 출산이 끝나는 모돈, 발육이 미비한 돼지 또한 사료 값만 축내기 때문에 분뇨장에 버려져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죽어 간다.

개 농장 이야기는 가장 읽기 힘든 부분이었다. 개를 키우는 케이지는 눈, 비바람, 강한 햇빛에 그대로 노출된 채 외부에 있다. 활동성이 큰 동물인데도 땅조차 밟지 못하고 걷지도 뛰지도 못한 채 케이지에 갇혀 지낸다. 충격적인 건 개의 먹이로 사용되는 음식 쓰레기는 썩으면 썩은 채로 그냥 사용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싸고 맛있는 고기’에 대한 욕구를 계속 키워간다면 이러한 공장식 축산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최대 이윤을 남기기 위해 고기는 생명이 아니라 상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게 좁은 공간도, 사료 값을 축내지 않는 시간에 가차 없이 죽임을 당하는 것도 효율성이라는 미명아래 용납될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은 소비를 줄이고, 인간이 여타의 생명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철학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뭇 생명과 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치관을 가질 때 고기를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보게 되고, 식용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제도화해 나가는데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를 덜 먹고, 이왕이면 동물복지 환경에서 키워진 고기를 사 먹는 일, 건강한 먹거리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일, 그거라도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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