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3월 27일

밥그릇 깨뜨린 것이 발단
양잿물로 손녀 살해 시도

 

 

“미신이 낳은 계모(繼母)의 범죄! 손녀(孫女)를 독살하려던 무서운 사실이 二十七日 오전 十시 백주 진위군하(威郡下)에서 발생되었는데, 이제 그 사실을 알아보면 진위군 고덕면 동고리(振威郡 古德面 東古里) 一四三번지 이병수(李炳壽, 三二)는 소화 六년 음 三월 三十일 동지 김학만(金學萬)의 후취로 들어가 이래 동거하던 바, 소화 九년 二월 十七일 임신 만삭이 되어 어린애를 낳게 되었는 바, (중략) 지난 三월 二十七일 오전 十시경에 이선구가 장녀 진원(鎭元, 一)을 재워 놓고 빨래를 하러 나간 새에 이병수는 진원이를 살해하려고 양잿물을 먹이려다가 목적을 달성치 못하고 집안사람에게 발각되어 드디어 경찰에 체포되어 방금 진위경찰서에서 살인미수죄(殺人未遂罪)로 엄중 취조를 당하고 있다.”(『조선중앙일보』 1935년 4월 2일)

미신은 일반인 사이에 헛되고 바르지 못하다고 인정되는 믿음이라고 한다. 때문에 미신에 잘못 빠지게 되면 폐가망신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의 목숨을 경시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이 미신이 원한과 관련을 갖게 되면 더욱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원한을 품은 자는 언젠가는 복수를 하려고 하나 그 원한도 합리성과 타당성이 있어야 동정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복수의 화신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어이없는 원한과 복수로 생명을 앗아갈 뻔 했던 사건이 평택에서 있었다.

1935년 3월 27일의 사건이었다. 고덕면에 사는 김학만은 며느리가 있었지만 이병수를 후취를 맞아들였다. 문제는 후취가 출산을 하던 중 전처의 장남 며느리 이선구가 실수로 밥그릇을 깨뜨렸다. 후취는 아이를 낳을 때 그릇을 깨뜨리면 아이가 일찍 죽는다며 이선구에게 갖은 욕질을 했다. 공교롭게도 후취가 낳은 아이가 병으로 죽게 되었다. 후취는 이선구가 ‘그릇을 깨뜨렸기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는 미신을 굳게 믿고 원한을 품은 것이다. 그리고 복수를 다짐하고 기회를 노렸다.

마침 3월 27일, 후취는 이선구가 빨래를 하러 간 사이에 한 살짜리 손녀에게 그 원한을 갚는다고 양잿물을 먹여 살해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은 집안사람에게 발각되어 미수에 그치고 말았고, 다행히 손녀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후취 이병수는 살인 미수죄로 체포되었고, 진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었다. 잘못된 미신의 현혹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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