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글·로아 그림/ 알에이치코리아

 

 
▲ 김정옥 사서
평택시도서관

아침 라디오에서 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다. 일본의 한 남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다 자신의 블로그에 할 일 없는 자신을 빌려준다는 글을 남겼고 1000여명의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그 사람을 빌려 썼다.
혼자 밥 먹는데 옆에 앉아 있어주기를 원한 사람, 함께 산책하기를 원하는 등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같이 있어주길 원한 이 이야기는 만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함께 산책하는 아르바이트도 생겼다고 한다. 외로운 인간의 존재를 확인하는 현주소로 우리에게는 마음의 곳간을 채우는 휴식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7, 8월 휴가를 앞두고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사람이 있다. 어디를 가든 좋은 글과 따뜻한 그림이 있는 책 한권과 함께 한다면 보다 충만한 시간이 되리라!

<마음이 살짝 기운다>는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시 100편과 로아의 수채화가 잘 어우러진 어여쁜 시집이다. “시인들은 겸손해야 하고 늘 자기만의 문제나 느낌, 생각에만 몰두하지 말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그것에 대해 겸허히 귀를 기울이고 부드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시인의 시작노트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건네는 시 모음이다.
시는 더 이상 어렵고 근사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고 어루만져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시인은 ‘나의 시에게’라는 시에서 이렇게 전하고 있다.

 

한때 나를 살렸던
누군가의 시들처럼

나의 시여, 지금
다른 사람에게로 가서

그 사람도
살려주기를 바란다

 

더위와 강한 해를 살짝 피해야 하는 뜨거운 여름,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들과 만나며 몸과 마음을 쉬고 충전하는 진정한 휴식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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