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새로운 지역문화 만들 것”


2018년 지역 예술가와 조합 창립
사회적기업 발돋움, 예술공간 목표

 

 

 

“뜻을 함께하는 여러 예술가와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옻칠이나 금속공예, 도자공예, 민화, 에코크래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함께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들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판매·전시·체험이 모두 이뤄지는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각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온 이두희 평택예술문화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다양한 분야의 예술작가 14명과 함께 ‘평택예술문화협동조합’을 창립하고 사회적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서예에 빠지다

이두희(52) 이사장은 초등학교에 다닐 적엔 굉장히 말썽꾸러기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를 차분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서예였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이 서예가셨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꽤 유명한 분이셨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죠. 덕분에 미술 시간이면 매번 서예를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때 처음 서예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그는 우연하게도 같은 시기에 친구 아버지로부터 한자를 배웠다.

“매일 저녁이면 친구 집에 모여 아버님께 한자를 배우곤 했습니다. 주로 신문에 나온 한자를 배웠었는데 6개월이 지나자 친구들 대부분이 도망가고 저와 그 집 아들만이 남았었죠. 그렇게 1년간 꾸준히 한자를 배웠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서예학원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예학원에서 매일 3~5자의 한자를 배운 그는 중학교 시절 이미 2000자에 가까운 한자를 외워 한문 선생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동아리에서 본격적으로 서예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취업이 잘 된다는 말에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전공은 뒷전이었고 매일 동아리방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죠. 신입생 당시 선배들의 서예 작품 병풍을 보고 감탄했는데 저는 졸업할 당시 3개의 병풍을 완성했었습니다”

 

기나긴 유학 생활

대학을 졸업한 이두희 이사장은 문득 ‘10년 후엔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고 한다. 이윽고 서예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1995년 중국으로 떠났다.

“10년 후를 떠올렸을 때 일반 직장에 다닌다면 안정적이지만 조금은 지루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푹 빠져있던 서예를 더 공부하기로 했죠. 10년 후에는 한 대학의 교수가 돼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경에서 2년간 전문 서예교육을 받은 이두희 이사장은 중국 최고의 예술대학인 중국미술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항주로 이동했다.

“중국미술학원에서도 서예 전공은 워낙 소수만을 지도하기에 입학 자체가 힘든 곳이었습니다. 실력자가 없으면 지원자가 있더라도 아예 선발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죠. 3년을 진수반에서 공부한 끝에야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4일간 치른 입학시험을 통해 단 2명만이 선발됐다니 그가 겪었을 압박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3년간 석사과정을 밟은 이두희 이사장은 졸업 당시 작품상과 함께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중국미술학원 졸업 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나라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예교육 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 소질이 있었고 또 좋아했기에 이곳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끝없는 배움의 길

이두희 이사장은 오랜 유학 생활 끝에 2005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모교인 경기대학교에서 오랜 기간 서예와 전각을 교육하기도 한 그는 2009년 중부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예는 무조건 작가 생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보존·계승·발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본 유학생활 중 마케팅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 서예도 결국 작품에 대한 구매 욕구가 소비자별로 다르므로 이를 수치화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오랜 기간 공부한 그는 서예의 대중화를 꿈꿨다. 시민의 일상에 전각을 비롯한 서예 활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원했던 것이다.

“평택에서 활동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입니다. 친구의 제안을 받고 내려와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었죠. 이곳에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작가와 교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예술품을 함께 판매하기보다는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싶어요”

이두희 이사장은 그동안 공부하고 일하며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에 하나의 문화를 뿌리내리게 할 계획이다. 통합공방 형식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예술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체험·교육 활동을 함께 펼침으로써 시민과 예술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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