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실패를 통해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축제祝祭는 공동체나 사회구성원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이나 집단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건이나 시간을 기념하는 의식에서 출발했다. 고대의 축제는 종교의식이나 제사와 구분되지 않았다. 고대 올림픽, 부여의 영고나 고구려의 동맹, 고려 시대의 팔관회가 그랬다. 근래의 지역축제는 지역공동체 결속과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최한다. 콘텐츠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 예술, 생태자원과 특산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축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지방자치 시행 이후다. 자치단체들은 정체성 고양과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많은 지역축제를 양산했다. 이처럼 관官 주도로 만들어진 지역축제 일부는 성공했지만, 대다수는 실패했거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평택시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지역을 대표할만한 축제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평택시의 지역축제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점과 함께 몇 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하자.

첫째, 평택시의 축제는 지나치게 관官 주도형이다. 근대 축제는 관官보다는 민간주도형이 많다. 관官이 개입해도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고 관官의 의도를 최소화하려는 추세다. 관官이 주도하는 축제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목적이 분명하다.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기 쉽고 생동감과 생명력이 약하다.

둘째, 관官이 지역을 너무 모른다. 새롭게 개발되는 축제에서 콘텐츠는 매우 중요하다. 근래 지역축제들은 지역문화의 전통에 기반을 뒀거나 지역 특산물, 기념할만한 사건에 기반을 둔 것들이 많다. ‘대구치맥축제’처럼 대중들의 정서와 시대를 반영한 콘텐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축제를 개최하려면 공무원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회와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 지속해서 지역 연구에 투자하고 연구 성과를 콘텐츠로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 보니 화려하기는 하지만 전통성과 고유성, 창의성이 부족하고 묵직한 울림도 적은 축제가 만들어진다.

셋째, 기다림이 짧고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한다. 세계적인 축제는 역사적 연원이 분명하고, 오랜 세월 지역주민들이 함께 기리고 즐기며 자기정체성과 공동체성을 다져왔던 것들이다. 근래 지방자치단체나 방송국,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만들었을지라도 철학과 가치관이 뚜렷하고 동기가 분명한 것들이 많다. 경제적 이익은 부수적이다. 축제가 즐겁고 유익해서 관광객들이 모여드니 자연스럽게 지역경제가 활성화됐다. 평택지역에서도 수많은 축제가 만들어졌다. 타 지역을 돌아보고 벤치마킹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성공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일회성 행사가 되거나 소비적인 축제가 대부분이었고, 많은 돈을 들여 화려하게 퍼포먼스를 한 뒤 정치인들이 등장해 인사를 하는 하고 나면 그만이었다. 이런 과정의 반복 속에서 오랜 전통과 고유성, 지역민들의 자긍심과 공동체성이 발현될 수가 없다.

넷째, 시대를 관통하고 대중의 정서를 꿰뚫는 기획력의 부재다. 앞서 말했지만, 현대의 축제는 기획력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전통문화가 아니라 할지라도 좋은 기획을 통해 멋진 축제가 만들어지곤 한다. 인천 송도의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송도매립지라는 허허벌판에 야외무대를 마련하고 국내외 최고 수준의 록밴드를 초청해 공연이 이뤄지면서 세계적인 락 페스티벌로 발전했다. 전남 목포의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은 올해로 열아홉 번째다. 그것도 순수 민간주도형 축제다. 지난해 축제에서는 마당극, 민속음악, 인형극, 국악, 공중퍼포먼스, 콘서트 등 수준 높은 공연이 옛 목포형무소, 서산노인당, 연희네 슈퍼 등 근대적 기억이 응축된 공간에서 펼쳐졌다. 시민들의 참여와 호응도 뜨겁다. 이것이 진정한 축제다. 평택도 이 같은 축제를 배워야 한다.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실패를 통해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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