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북극곰

 

▲ 이수경B사서
평택시립도서관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 맘의 아침이란 정말이지 전쟁과도 같다. 예쁜 옷을 좋아하는 첫째는 아침부터 유치원에 입고 갈 옷을 골라달라며 엄마의 정신을 빼놓고,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어달라며 칭얼거리는 둘째는 엄마의 마음에 불을 지펴놓으니 출근길로 마음이 급한 엄마에게 아침시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이다. 엄마는 일하느라 긴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인내심을 가지고 견뎌보지만 “둘 다 조용히 하지 못해!”하며 이내 화를 내기 일쑤이다. 그리고 후회한다. 아직 한창 엄마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말이다.

그림책 <딸꾹>의 작가 김고은은  ‘한국의 존 버닝햄’이라는 수식어답게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의 입장으로 어른들의 행태를 담담하고 유쾌하게 꼬집는다.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이 아이의 동심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라면 김고은의 <딸꾹>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에 목마른 아이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사실 이 책은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부모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 장면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작가는 부모에게 ‘이것 좀 보세요. 당신의 아이는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라며 아이의 마음상태를 알려준다. 첫 페이지 양양이의 독백을 통해 작가는 어른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드러낸다.

“아, 심심해, 엄마 아빠랑 같이 놀고 싶은데…, 이쁜아, 이쁜아, 너도 외롭니?”

그렇다. 아이가 외롭다고 이야기한다. 아빠, 엄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아빠와 엄마는 무척 바쁘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 첫 번째는 아이가 겪고 있는 심리적 외로움, 답답한 상태를 ‘딸꾹질’이라는 생리현상으로 나타낸다는 점이다. 우리들 또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을 때 두통, 소화불량 등 다양한 신체적 반응이 나타나는 것처럼 그림책 속 양양이 역시 답답한 마음의 상태를 ‘딸꾹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드러낸다. ‘귀엽지만 문제가 있는’ 아이의 심리상태를 부모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모의 모습을 가식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아빠와 엄마의 말다툼 장면이나 주말 동안 아빠의 모습을 나타낸 장면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지만 동화 속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실 부모라는 존재는 그 이름의 무게감만으로도 참으로 벅차다. 부모는 부모이기 전에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미 많은 역할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온전히 아이들만을 위해 집중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 나이가 어린 우리들의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아빠, 엄마와 공유하고 싶고 위로받고 싶으며 늘 공감받기를 원한다.

아이가 제 날개를 펴고 날아가기 전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품안에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해주자. 머지않아 온전한 자기 세상으로 떠나기 전까지. 그때는 우리가 아이에게 부탁할 것이다.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안 되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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