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역사를 배우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평택을 더욱 사랑하도록
많은 제안과 방법이
쏟아져야 한다

 

   
▲ 나경훈 교사
진위초등학교

초등학교 ‘사회’ 교과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곳부터 낯선 곳으로 나아가 가르쳐야 한다는 ‘환경확대법’의 원칙에 따라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3학년에는 시·군·구와 같은 작은 규모의 ‘고장’, 4학년에서는 시·도와 같은 큰 규모의 ‘지역’, 그리고 5학년에서는 우리나라, 6학년에서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내용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장’에 해당하는 ‘평택시’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우리 고장, 평택’이라는 지역 교과서와 함께 전반적인 내용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나 문화유산은 비교적 학생들을 위해 변환된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3학년 사회 교과, 특히 ‘우리 고장, 평택’은 평택지역에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큰 어려움과 부담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평택지역에 근무하는 3학년 교사를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조사했다. 그런데 순조로웠던 작업 진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분석 결과 평택에 대한 지역화 수업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교사들은 평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거주하지 않는 집단일수록 지역화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즉, 평택에 살지 않는 교사들이 살고 있는 교사들보다 평택 지역화 수업을 더 만족스럽게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평택에 대한 애착도, 애향심이 높은 교사일수록 지역화 수업에 대한 만족도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아이러니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종합해 보면 평택에 살지 않고, 평택을 덜 사랑하는 교사일수록 평택에 대한 지역화 수업을 잘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럼 선생님들에게 이제 평택 지역화 수업을 위해서 평택을 그만 좀 사랑하시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경제학에 Oliver(1980)라는 학자가 제안한 ‘기대불일치이론’이 있다. ‘기대불일치이론’이란 지각된 실제 성과가 사전기대 수준보다 높으면 ‘긍정적 불일치’가 발생해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반면, 실제 성과가 사전기대 수준보다 낮으면 ‘부정적 불일치’가 발생해 불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를 우리의 교육적인 상황에 대입해 보면 교사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만족감을 느끼고 수업을 통해 기대하는 성과가 있지만, 실제 수업으로 나타난 성과는 본인의 기대 수준보다 낮으므로 ‘부정적 불일치’가 발생해 수업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평택시 인구는 50만을 돌파했지만 변변한 박물관조차 없다. 특히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문화유산 관련 답사를 하고 싶어 하지만 어디에서 어떤 것을 해야 할지조차 막막한 현실이다. 열 살인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활동지, 어린이의 시각에 맞춘 문화해설사, 흥미 있는 탐방프로그램 어느 것 하나 변변치 못하다. 특히 이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평택시 교사들에 대한 지원과 협조가 너무나 막연하다. 예산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 예산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지 기초 제반 시설과 협조 체계가 너무 미온적이다.

다행히도 평택교육청이 평택시와 평택문화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향후 포괄적이고 전반적인 ‘우리고장 평택 알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일회성 사업이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현 실태를 밝히고, 전문가와 현장 교사, 학부모, 공무원이 협력할 수 있는 능동적인 체계를 조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를 통틀어서도 본인이 사는 지역을 배우는 과정은 ‘초등학교 3학년’ 뿐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 시기에 생긴 잘못된 선입견은 앞으로 교육적으로 바꾸기에는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미래 평택시의 주역이 될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평택’을 더 사랑하고, ‘평택’을 더 아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과 제안들이 쏟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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