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시민이 주인이다
지역색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즐겁고 생명력이 있다
인내심을 갖고 만들어가자

 

   
▲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평택지역에도 다양한 축제가 있다. 눈길을 끄는 것으로는 18회를 넘긴 평택환경축제와 1996년부터 시작된 ‘평택꽃 봄나들이 축제’, 그리고 평택청소년문화센터에서 개최하는 ‘열축제’가 있다. 이밖에 진위천시민유원지에서 열리는 ‘평택시 빛축제’, 팽성예술창작공간에서 개최하는 ‘마토예술제’, ‘대한민국무형문화재축제’도 지속해서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느 것 하나 평택의 대표축제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어느 축제든 나름 훌륭하지만 특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평택시는 왜 도시 브랜드를 높이고 시민들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경제적 이익까지 가져다줄 수 있는 축제를 만들지 못할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정신적 기반, 학문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과에만 급급해서 전통적이고 창의적이며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지 못한다. 다른 지역의 축제를 모방하는 데 급급하고 엄청난 돈과 인력으로 유명 가수와 연예인들을 초청해 겉만 화려하게 치장하는 데 주력한다.

지난 6월에 개최된 ‘한미어울림축제’는 이 같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이며 미국문화와 우리 문화는 어떻게 만나야 하고 상생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지 않고, 관례대로 유명 가수를 초청해 공연하고 불꽃놀이를 하며, 미군 장비 전시나 헬기 레펠 시범 같은 냉전적 콘텐츠를 제시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둘째,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축제가 적다. 축제는 일반 공연과 다르다.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함께 즐기는 문화행사다. 하지만 평택시의 축제를 보면 시민들이 수동적이다. 스스로 만들고 즐기는 축제보다는 평택시가 차려놓은 밥상을 받아먹는 모양새다. 시민들에게 외면 받는 축제는 관광객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셋째, 읍·면 단위의 작은 축제가 활성화돼야 한다. 지역축제는 마을이나 지역의 공동체 행사가 지역의 대표브랜드로 발전할 때 건강하고 생명력이 있다.

그러면 시선을 우리 지역으로 돌려보자. 우리 지역에도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는 소재가 매우 많다. 평택평야를 배경으로 하는 ‘들녘축제’, 평택호 물줄기와 아산만방조제 건설을 모티브로 하는 ‘물축제’, 옛길을 활용한 ‘춘향이길축제’, 농특산물을 활용한 ‘배꽃축제’, 평택농악과 두레농악을 활용한 ‘평택들 농악축제’, 정제와 지신밟기, 줄다리기와 거북놀이, 두레 싸움을 결합한 ‘정월대보름축제’도 좋은 콘텐츠다. 마을의 생활전통 속에서 잉태된 각종 ‘마을제와 마을신앙’, ‘빨래하기’, ‘김매기’, ‘거름주기’, ‘씨뿌리기’, ‘추수하기’, ‘보 쌓기’와 같은 생활 소재들도 콘텐츠로 개발하기에 손색이 없다.

근래 부산과 대구에서는 ‘치맥축제’를 개최했다. 필자는 여름밤 평택시청 앞 잔디밭에서 특정 주제의 영화를 보며 ‘치맥축제’를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한다. 평택 들녘에서 들밥을 팔고, 떡과 부침개, 막걸리, 식혜 만들기 체험활동을 하며, 줄다리기, 거북놀이, 지신밟기, 들돌 들기, 지경다지기를 하는 축제도 재밌을 것 같다. 안성천 이무기에게 제를 올렸던 옛 대추리 마을제를 되살리고, 옛 포구에 상선과 어선, 조운선을 띄워 풍어제와 뱃고사를 지내며, 만선의 깃발을 꽂고 수상 퍼레이드하며 어로요를 함께 부르는 물 축제도 멋진 상상이다.

이제는 거의 중단된 정월대보름 줄다리기 행사를 되살리기 위해 각 마을 줄다리기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상금을 듬뿍 주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축제는 시민이 주인이다. 지역색이 분명해야 한다. 특별해야 한다. 그래야 즐겁고 생명력이 있다. 인내심을 갖고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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