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만 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전후 관계를 이해하고
어떤 풍파에도 자신을 지키고
정의를 수호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저마다 사람들은 자신의 안정감을 찾고 기쁨과 즐거움을 얻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고, 어떤 이는 나만의 수집품을 모으며, 어떤 이는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다. 자신에 대해서는 매우 열정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냄비근성’이다. 순식간에 끓었다가 곧 식어버리는 냄비에 빗대어 우리를 표현한다. 과연 그럴까?

최근 일본 아베 정부의 보복성 경제 조치에 대해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SNS 인증샷을 통해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있는 반면, 적극적 구매 활동 인증샷으로 일본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저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지만, 중요한 것은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감정적 소모전이 아니라 사안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일본의 경제 조치는 북미정상회담으로 퇴색되어 버린 G20 정상회담의 부담이 재집권을 노리는 아베 정부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관심을 돌리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보복 조치라 볼 수 있다. 일언반구一言半句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 경제 조치로 인해 현재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까지 손해가 커지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진짜 속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무사들이 집권하면서 철저하게 자신의 본 모습을 숨겨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전쟁을 통해 필요한 것을 얻으며 살아왔던 역사적 상황을 알아야 한다. 지금도 끊임없이 자국의 군대를 해외에 보내려는 속내가 무엇이겠는가?

이런 일본의 움직임에 뜨겁게 달아오른 우리 국민의 모습은 마치 100년 전 우리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일본에 맞서왔던 그 날의 모습처럼 학용품, 여행, 자동차 등등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은 끓는 냄비처럼 잠시는 매우 열정적으로 끓어오를 수 있으나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어느 일본인의 말처럼 쉬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물건을 사지 않고, 여행을 안 가는 물리적 행동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를 위협하는 다양한 형태의 국제적 움직임에 대한 속내를 알아차릴 수 있는 눈과 귀를 키워야 한다. 느닷없이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 군사 훈련 과정에서 우리 영공을 침범한 사건은 분명한 도발 행위다. 다행히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증명해주는 사례가 되기는 했으나, 남북관계의 화해 무드에서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아군은 없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으며,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움직임에 관심을 두고 나의 가치관을 확립하며 우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열정을 쏟아 붓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불매운동 동참 인증샷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사진 몇 장 올리고 자랑스러운 애국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사건의 전후 관계를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순간의 뜨거움이 아닌 영원의 따뜻함으로 어떤 풍파에도 자신을 지키고 정의를 수호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진짜 승리할 수 있다. 서로 비난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상생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뜨거운 열정을 어디에 쏟느냐는 개인 선택의 문제이지만, 국가적 차원에서의 열정 또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보고 세상 속에서 나의 모습을 찾는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열정은 나를 움직이고 지탱해주는 힘이다. 나는 어디에 열정을 쏟고 있는가?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