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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봄의 생각나무 / 212 - 반복되는 역사
임봄 기자  |  foxan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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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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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경비를 섰던 92세 노인이 올 가을경 법정에 선다고 합니다. 직접 처형에 가담하지는 않았으나 죄수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조력해서 살인을 방조했다는 죄명이었습니다. 노인은 당시 17~18세의 나이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독일 검찰은 그를 ‘살인기계의 작은 축’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잔혹했던 나치의 만행이지만 이제는 서서히 역사의 한 축으로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독일정부의 이러한 노력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도 잊고 싶은 기억이겠지만 역사는 잊고 싶다고 해서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피해자들이 죽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독일정부와 국민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전범국가지만 일본은 독일과는 전혀 다릅니다.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사과는 커녕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거나, 적반하장으로 나오거나, 한발 더 나아가 다시 전쟁이 가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으니까요. 왜곡된 역사를 배운 일본의 어린 세대들은 국가가 행했던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자국을 위대한 나라로 생각하며 자랄 겁니다. 그러나 끔찍했던 역사를 기억하는 주변 국가의 피해자들과 그들의 후손들이 대대손손 이어지는 한 그것은 결코 사라질 수 없습니다. 왜곡된 역사는 세계적으로 역사에 무지한 일본인을 양산해낼 뿐이고, 이런 사실을 정부와 일본 지식인들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누가 봐도 명백한 경제보복을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그럴듯한 표현을 내세워 세계 속에서 자신들의 명분을 얻고자 했습니다. 그 속내를 들키는 순간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제보복이 강제노동에 대한 자신들의 역사를 부정하고 삼권분립이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판결에 대한 억압의 수단이라 생각하면 우리국민이 분노하는 것 역시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역사는 잊고 싶다고 해서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잊으라고 강요해서 잊히는 것도 아닙니다. 때문에 부끄러운 역사를 지우고 싶다면 그것은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피해자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잊을 수 있도록 돕는 형식이어야 합니다. 그때가 비로소 불행한 사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시점입니다. 피해자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아무래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언제까지라도 현시점의 뜨거운 역사로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는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반복됩니다. 때문에 우리는 항상 역사로부터 배워야 하고 그것을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방심하는 순간 일제강점의 역사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나라를 잃은 민족에게 개인의 안위가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가르쳐주는 확고한 교훈입니다.

우리는 부디 지혜롭고 현명해야 합니다. 정부는 보다 큰 틀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역사와 경제를 분명히 구분하고 냉철하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국민은 국민들대로 우리의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되 우왕좌왕하지 말고 일상을 차분히 유지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이 뜻을 모아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으로 일본이 우리나라를 함부로 대할 수 없도록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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