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공포의 미세먼지


미세먼지우리건강위협한다

미세먼지, 피부로 침투해 각종 질환과 암까지 유발
평택항 미세먼지 심각, 대형 선박·발전소가 주원인
평택항 AMP설치 시급, 체계적인 도시숲 조성 필요

 

평택시는 전국에서도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평택시는 이 같은 환경오염을 개선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민선 7기 들어 도시숲 활성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평택시사신문>은 평택시가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숲 정책과 연계해 미세먼지 저감방안을 모색하고 국내외 선진사례에 대한 심층취재와 전문가 자문 등으로 바람직한 도시숲 조성 방안과 관리 방안에 대한 특별취재를 기획했다. 그리고 이번 취재결과를 신문지면에 연재함으로써 국가와 평택시의 미세먼지 대응, 평택시 도시숲 조성 등 새로운 대안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 당진시 송산면에 위치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 미세먼지란 무엇인가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

세차게 쏟아지는 비와 펑펑 내리는 흰 눈은 예전 사람들에게는 낭만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걷거나 눈 위를 구르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러브스토리의 이야기는 이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우산을 편다.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섞여 있기 때문이다. 맑은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 떠다니는 모습은 일 년에 고작 몇 번이고 이젠 희뿌연 하늘도 일상이 된지 오래다.

‘미세먼지’란 대부분 화석연료나 나무 등을 태울 때, 또는 공장 등에서 화학물질 등을 만들 때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집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도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몇 년 전에는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다.

미세먼지가 문제인 이유는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를 ‘미세먼지’,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이면 ‘초미세먼지’로 분류한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50~70마이크로미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일상적으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는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대부분 배출된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지름이 작아서 코나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속에 축적된다. 미세먼지가 쌓이면 협심증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심하면 암을 유발해 전문가들은 앞 다퉈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대기오염 측정 자료와 건강보험공단의 심혈관 질환 발생건수 등을 살펴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 심혈관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수는 전체 연령에서 1.18% 늘어나고, 65세 이상에서는 2.19% 증가했다. 미국 암학회 자료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증가하면 심혈관과 호흡기 질환자 사망률이 1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발병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미세먼지가 10㎍/㎥ 늘어날 때마다 폐암 발생위험은 22% 증가하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위험은 18%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 서해안권 석탄·중유 발전소 현황/평택시사신문 그래픽 20190821 김은정 기자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서유럽 13개국의 건강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기사망 위험도도 초미세먼지가 5㎍/㎥ 증가할 때마다 7%씩 확률이 증가한다고 한다.

피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데 미세먼지가 모공을 막아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유발하고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환자도 증상이 악화되며 두피에도 치명적이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며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낼 수 있는 마스크 고르는 법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를 두려워하며 활동을 하지 않거나 모든 문을 닫아걸고 집안에서만 활동할 수는 없으므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 수도권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한 차량 2부제 시행
 
▲ 평택항에 정박 중인 대형 선박의 매연

■ 평택지역 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국·석탄발전소·평택항 선박 영향

전국에서도 평택시의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이유를 살펴보면 크게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워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점이다. 둘째, 충청남도 일원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석탄화력발전소가 편서풍을 타고 평택지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셋째, 최근 문제가 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지만 경제적 문제로 법적인 통제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평택항에 미세먼지 오염원이 많다는 점이다. 다섯째, 평택에는 20여 곳 이상의 산업단지가 운영되고 있지만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도시숲이나 공원 등의 수가 적어 미세먼지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먼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워서 황사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평택시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이는 대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의견 표명과 분석자료 제시, 외교 노력 등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충청남도 서해안에 집중적으로 건설·운영되고 있는 화력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도 경기남부권 미세먼지 피해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충청남도의 경우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가 ▲당진화력발전소 10기 ▲보령화력발전소 8기 ▲신보령화력발전소 2기 ▲태안화력발전소 10기 등 모두 30기의 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다. 중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발전소는 경기도에 ▲평택화력발전소 4기, 충청남도에 ▲대산복합화력발전소 1기가 각각 위치해 있어 수도권과 충청권의 산업용, 가정용 전기 공급기지로 생산활동을 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는 경기남부권에 있는 평택, 화성, 이천, 오산, 안성, 여주시 등 6개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4월 이들 6개 도시의 단체장들은 평택시에 모여 국회의원, 충청남도 시·군과 공동으로 미세먼지에 대응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 도시는 2018년도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80일을 초과하고 지리적 위치로 볼 때도 평택항과 충남지역 화력발전소 등 공통된 원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6개 도시 자치단체장들은 공동연대를 통해 서로의 역량을 결집하고 인근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에너지시설, 평택항 등 경기도 남부권의 차별적 미세먼지 원인들에 대해 정부의 대책 촉구,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나 충남 시·군과 상호협력 추진 등에 의견을 모으는 등 미세먼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자고 약속했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고로 브리더를 통해 대기오염물질을 여과 없이 배출한 불법 행위가 2019년 5월 2일 경기도와 충청남도, 당진시, 환경단체의 합동 점검에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점검 결과 현대제철은 제2고로 용광로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먼지를 방지시설을 통하지 않고 대기 중에 곧바로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연주공정에서 기타로를 설치·운영하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해당 시설을 교체하는데 수년의 기간이 걸린다고 밝혀 환경오염 물질로 고통 받는 경기남부지역 시민들의 환경권이 상당기간 무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택항 미세먼지에 관한 문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기오염이 심한 항만 주변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이 폐암에 걸릴 확률이 50~300% 가량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무엇보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2018년 1월부터 10월까지 평택항에 입출항 한 선박 수는 2만 톤급 컨테이너선 등을 포함해 모두 3391척으로 6247만 5000톤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대형 선박이 정박 중에 사용하는 벙커C유는 기준보다 무려 7배나 많은 황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무려 50만대의 트럭에서 배출되는 양으로 이런 어마어마한 미세먼지가 대형 컨테이너 선박 1척에서 배출되면서 평택항 일대의 대기질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오염물질 저감시설 설치 등을 통해 배출 허용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는 육상과는 달리 해양에서는 별도의 오염물질 저감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대기오염물질 불법 배출 규탄 집회

■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
AMP·친환경 교통정책·도시숲 조성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방안은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부가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나름대로 다양하고 꼼꼼하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문제점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향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동시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평택시의 미세먼지 항목은 2000년대 이후 전체적으로 개선됐으나 2013년도 이후 정체기를 거쳐 2018년도부터 다시 감소하는 추세다. 평택시의 미세먼지 영향은 국외에서 받은 영향이 연평균 약 50% 정도이며, 국내에서 받는 영향은 2019년 2월 ‘평택시 국내영향 기여율 연구용역 기준’에 따르면 ▲황산화물이 1위 ▲자동차 2위 ▲산업 3위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에 따르면 평택항 선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택항 대기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AMP 고압육상전원공급설비’ 설치 등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고압육상전원공급설비는 선박이 항만에 정박해 있을 때 필요한 전력을 벙커C유나 경유 대신 육상 전기로 대체해 공급하는 시설로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약 97% 가량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항만 대기오염 저감과 주민의 건강을 위해 AMP 설치를 법률로 의무화하고 있으며, EU도 지난 2005년부터 의무적으로 AMP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평택항의 대기질 오염수치를 낮추기 위해서는 고압육상전력 시설을 설치한 부두와 선박에 전기사용료 인하와 입항료 인하 등의 혜택을 주는 등 정부의 다각적인 정책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평택시는 지난 3월 국무총리 면담을 통해 AMP 설치에 관해 건의했으며, 2019년도 추경을 통해 고압 AMP 1기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 오염원 배출에 대해서는 자동차 관리나 친환경 교통정책, 수소전기차 확대 보급 등이 필요하며, 산업 관련 오염원에 대해서는 대형 또는 중소형 대기사업장 관리, 충청남도 당진, 태안 등의 대기오염물질 저감 협력 활동이 필요하다. 시민 개개인에게는 노천 소각이나 농업 잔재물 등의 철저한 관리를 당부해야 한다.

‘미세먼지 없는 평택’의 미래를 위해 가장 반가운 것은 평택시가 시민과 함께 하는 나무 심기 등을 통해 도시숲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택시의 산림 비율은 시 전체 면적의 18%로 전국 최하위다. 이런 환경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청정도시 만들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평택시의 도시숲 조성 정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며 그래야 평택의 미래도 밝을 것이 확실하다.

평택시는 국비 110억을 확보하고 도비 1억 등 전체 500억의 예산을 투입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간 평택시 전역에 도시숲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소나무, 스트로브잣나무, 자산홍 등 3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식재할 계획이며, 이러한 과정을 시민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도시숲 종합계획에 대한 용역을 실시하고 시민 대토론회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나무를 심고 도시숲을 가꾸겠다는 평택시의 계획은 시민의 입장에서도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인구 50만을 넘어선 도시 내부에 숲을 만드는 일은 분명 체계적인 구상과 계획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에 맞는 수종을 꼼꼼하게 선택해서 나무가 잘 살 수 있도록 하고 세심하게 가꾸는 부분까지 철저한 계획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다. 자연과 더불어 계획하는 미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을 포함하므로 작은 사안에 대해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보다 큰 틀에서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 기획취재단(국내 미세먼지 취재팀)

글/임  봄 평택시사신문 취재부장
사진/박성복 평택시사신문 사장
조사/허  훈 평택시사신문 취재기자

디자인 / 김은정 디자인팀장
캘리그래피 / 정아름 작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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