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요즘은 후원이나 기부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서 예전에 비해 개인적으로 기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나 역시 소액이긴 하지만 꼬박꼬박 기부로 나가는 금액이 정해져 있고 그것은 내게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깊이 생각하게 되는 기부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재능기부’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예술을 전공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예술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고 그 재능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재능은 개인의 미래이고 삶을 영위하는 도구이며 가족을 부양하는 수단입니다.

그러나 그 재능이 돈으로 환산되기도 전에 가난 때문에 포기하거나 어렵게 생활하는 예술가가 많습니다.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 유진 박도 돈을 잘 몰라서 사기를 당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프로가 되기도 전에 그만둘 수밖에 없는 환경이 바로 예술계인 셈입니다.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무대를 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가격이 곧 가치를 말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이 매겨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가치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그 예술가가 계속 무료로만 공연을 한다면 그 재능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잃게 됩니다. 많은 돈을 주고 수준 높은 예술 공연을 보러 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나마 낭만이 살아있던 시대에는 예술가를 신비롭게 바라보거나 그들을 존경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지만 자본주의가 팽배해진 지금, 예술가들은 그저 한낱 재주나 기예를 가진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돈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작품을 언제든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능이 기부라는 말과 어우러지면서부터는 재능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자신의 필요에 의해 소모해도 얼마든지 다시 생성되는 것쯤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오히려 재능기부를 거부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까지 생겼습니다.

때문에 예술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낮은 금액을 받고 무대에 서거나 혹은 기부라는 말에 위안을 삼으며 무료공연에 나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가진 재능이 미처 크기도 전에 생활고에 시달려 재능을 포기해버리기도 합니다.

재능은 기본적으로 당연히 기부해야 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재능은 우리 사회가 인정하고 키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더 풍요로운 혜택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재능에 대해서는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그래서 예술가들이 최소한 생계에 대한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선의의 표현인 재능 기부는 강요나 눈치를 주는 것이 아닌 전적으로 개인의 의지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요.

예술적 수준이 높아지고 그러한 예술가들이 많은 예술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어야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 이제는 한번쯤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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