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콜/북플라자

 

   
▲ 장수민 사서
평택시립 팽성도서관

나이를 먹어서인지 인스턴트 시대에 익숙해져서인지 영상은 10분이 넘어가면 보고 싶지 않고 음악은 30초 내에 클라이맥스가 나오지 않으면 끝까지 참을성 있게 듣기가 힘듭니다. 독서도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있는 짧은 글이나 기사들은 활자 중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서도 정작 소설책은 한 달에 한 권 읽기도 부담이 됩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중 절정과 결말만 보고 싶은 조급함이 더욱 책 읽기를 힘들게 합니다.

봉제인형 살인사건은 동영상사이트에 광고로 나온 것을 보고 호기심에 보게 되었습니다. 약간의 기대를 하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채 10장을 읽기도 전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이 있습니다. 정말 잘 고른 책이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강력반 형사 울프는 잠에서 깨어 전화를 받고 자신의 집 앞에 있는 사건현장으로 갑니다. 그가 현장에서 발견한 것은 각각 다른 사람의 머리, 팔, 다리, 몸통을 봉제인형처럼 꿰매 천장에 달아놓은 시신들입니다. 울프는 시신의 얼굴과 손끝을 보고 놀랍니다. 얼굴은 그가 한번 잡아넣었던 연쇄 방화 살인범 나기브 칼리드의 얼굴이었고 손가락은 울프의 집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범인은 살해될 사람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는 예고 살인명부를 울프의 전처를 통해 울프에게 배달합니다.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살인과 이를 막으려는 런던경시청 수사팀의 긴박함과 초조함이 생생하게 느껴져 흥분과 두근거림을 느꼈습니다.

‘누가 범인이고 동기는 무엇인가’가 이런 흥분과 두근거림의 주된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아닙니다. 이미 살해된 봉제인형 6명의 신원을 밝히는 과정은 퍼즐을 풀어가듯 지적인 자극을 줍니다. 살해를 예고한 날이 다가올수록 명단에 있는 사람들이 살아남을지에 대한 궁금증과 죽는다면 살해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은 책을 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말해 봐, 네가 악마라면 난 뭐가 되지?” 책 가장 앞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끝까지 다 읽어야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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