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사신문 기획취재
 

 

③역사와 함께한 숲


오랜 역사와 함께한
‘함양상림’ ‘담양관방제림’
도시의 품격을 높이다

함양상림, 1100년 전 최치원이 홍수를 막기 위해 조성
담양관방제림, 이몽룡으로 알려진 성이성 재임 중 조성
두 곳 다 천연기념물 지정, 체계적 관리로 관광객 몰려

 

평택시는 전국에서도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평택시는 이 같은 환경오염을 개선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민선 7기 들어 도시숲 활성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평택시사신문>은 평택시가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숲 정책과 연계해 미세먼지 저감방안을 모색하고 국내외 선진사례에 대한 심층취재와 전문가 자문 등으로 바람직한 도시숲 조성 방안과 관리 방안에 대한 특별취재를 기획했다. 그리고 이번 취재결과를 신문지면에 연재함으로써 국가와 평택시의 미세먼지 대응과 평택시 도시숲 조성 등 새로운 대안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 1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경상남도 함양군의 천연기념물 제154호 함양상림咸陽上林

 

■ 끊임없는 외세 침략으로 숲 파괴돼
   식목일·자연보호헌장 제정, 나무심기 운동

우리나라는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과 극복의 역사를 거쳐 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심산유곡을 제외한 평지 숲은 대부분 전쟁으로 파괴되거나 궁핍한 삶 속에서 땔감에 사용돼 전국적으로 오래된 도시숲은 그리 많지 않다.

어린 나무를 심은 후 숲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30여년 이상을 정성을 다해 나무를 가꾸어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궁핍한 삶만큼이나 산림도 황폐해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산림을 제외한 대부분 산의 나무가 땔감으로 베어져 민둥산이 돼버렸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1949년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해 매년 4월 5일을 식목일로 지정했다. 나무심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행 된 것은 1970년대 초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부터로 1978년 10월 5일 자연보호헌장自然保護憲章을 제정·선포해 정부 정책 차원에서 국민 모두가 나무심기와 가꾸기 운동에 조직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 함양상림 숲길 하천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

■ 1100여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함양상림’
   8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천년의 숲’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의 하나인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상림咸陽上林은 1,100여년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한국의 숲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국가적으로 가치가 매우 크다.

1962년 12월 3일 국가에서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한 함양상림은 함양군 함양읍내 서쪽을 가로질러 흐르는 위천渭川에 자리 잡은 호안림護岸林이다. 길이 1.6km, 폭 80~200m, 면적 20만 5802㎡의 이 호안림은 강기슭과 하천 부지를 보호하기 위해 강둑에 조성한 숲으로 현재는 풍치림으로의 역할이 크고 2018년 한 해 동안 83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함양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887∼897) 함양군의 옛 명칭인 천령태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고을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숲이라고 전해진다.

▲ 함양상림공원에서 매주 토요일 진행하는 함양고운장과 상림토요무대

당시에는 지금의 위천수가 함양읍 중앙을 흐르고 있어 홍수의 피해가 심했다고 한다. 최치원은 함양태수 재임 시 둑을 쌓아 강물을 지금의 위치로 돌리고 강변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 현재까지 1130여년을 이어오는 숲을 조성했다. 당시에도 이 숲을 대관림大館林이라고 이름 지어 잘 보호해 홍수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 후 중간부분이 홍수로 무너짐에 따라 지금같이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나뉘게 됐으며, 하림 구간은 도시화로 인해 그 흔적만 남아있고 옛날 그대로의 숲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상림뿐이다.

함양상림을 구성하고 있는 식물들로는 갈참나무와 졸참나무 등 참나무류와 개서어나무류가 주를 이루며, 왕머루와 칡 등이 얽히어 마치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3년 식생조사에서는 116종류의 식물이 조사됐으며, 현재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함양상림은 사람의 힘으로 조성한 숲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숲이라는 역사적 가치와 함께 우리 선조들이 홍수 피해로부터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한 지혜를 알 수 있는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매우 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함양상림은 전형적인 온대남부 낙엽활엽수림으로 잘 보존되고 있어 인공 숲으로서의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상층 수종은 소나무, 측백나무, 개서어나무, 까치박달, 밤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회화나무, 이팝나무 등이 생육하고 있으며, 하층 수종은 개암나무, 백동백나무, 산뽕나무, 살딸나무, 싸리, 화살나무, 보리수나무, 진달래, 산수유나무, 쥐똥나무, 병꽃나무 등이 자생한다.

함양상림은 봄에는 다양한 수종의 꽃과 신록, 여름에는 맑은 시냇물과 녹음,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운치를 더해 사계절 어느 시기에 방문해도 숲의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특히 여름철 폭염으로 도시가 뜨거워질 때 함양상림을 찾으면 도심 온도보다 7~8도나 낮아 피서지가 따로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해 가족이나 연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함양군에서는 최근 함양상림을 따라 연꽃단지와 생태공원, 잔디공원 등을 조성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생태체험, 주민들의 문화예술 공연장과 알뜰장터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함양상림공원 산책코스는 보통걸음으로 1시간 정도 소요돼 가족단위로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특히 숲 속을 따라 문화재가 산재하며, 사진 촬영 명소도 많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화재로는 연암 박지원의 <열녀烈女 함양咸陽 박씨전朴氏傳>이라는 한문소설에 나오는 경남문화재자료 제240호 ‘임술증의 처 박씨 정려비’와 경남문화재자료 제75호 ‘문창후선생 신도비’, 함양읍 이은리 냇가에서 1950년경 출토된 것을 옮겨 ‘이은리 석불’, 경남유형문화재 제258호 ‘함화루咸化樓’, ‘함양 척화비’ 등이 있다.

▲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 밑동이 하나가 된 함양상림 연리지連理枝

사진 촬영 명소로는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 밑동이 하나가 된 연리지連理枝가 ‘천년약속 사랑나무’로 불려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필수 코스로 각광받고 있으며, 잎이 진 후 매년 9월에 빨갛게 개화하는 상림꽃무릇과 130여종의 홍련, 백연, 수련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는 연꽃단지, 연암 박지원이 안의현감으로 있을 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했다는 상림물레방아도 관광 명소로 함양상림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함양상림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만드는 ‘열린관광지’로 지정됐다. 누구나 쉽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무장애 여행지로 장애인과 어르신, 영·유아 동반가족 등을 배려한 BF(Barrier Free)시설을 확충해 장애물 없는 관광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전라남도 담양군의 천연기념물 제366호 담양관방제림潭陽官防堤林

■ 풍치림이 아름다운 숲 ‘담양관방제림’
   <춘향전> 주인공 이몽룡 관련 학설 나와

대나무의 고장 전라남도 담양군은 영화 ‘곡성’ 촬영 이후 ‘메타세콰이아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힐링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담양읍 객사리 영산강 상류 담양관방천 제방을 따라 370여 년 전 조성된 담양관방제림은 담양의 또 다른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특히 2004년에는 산림청이 주최한 ‘제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경관이 수려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91년 11월 27일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된 담양관방제림潭陽官防堤林은 담양군 담양읍 객사리와 남산리 담양관방천 남측 제방에 수해방지용으로 식재됐다.

담양은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리는 곳으로 수해가 잦아 1648년 인조 26년 담양부사 성이성成以性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으며, 1854년 철종 5년 담양부사 황종림黃鍾林이 관비官費로 연인원 3만여 명을 동원해 만들었다고 해서 ‘관방제’라 이름 붙여졌다.

▲ 옥잠화가 만발해 운치를 더하는 담양관방제림/담양군 제공

1756년 영조 32년 당시 담양부사 이석희李錫禧가 편찬한 <추성지秋成誌>에는 관방제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북천은 용천산에서 흘러내려 담양부의 북쪽 2리를 지나며 창일하여 해마다 홍수가 져서 담양부와의 사이에 있는 60여 호를 휘몰아 사상자가 나오므로 부사 성이성成以性(1648년 7월~1650년 1월)이 법을 만들어 매년 봄에는 인근 백성을 출역시켜 제방을 쌓아 이 수해에서 벗어나게 했다”

관방제림은 담양읍 객사리 향교교 鄕校橋로부터 남산2리 동정자마을까지 길이 1.2km로 거대한 풍치림을 이루고 있으며, 면적 12만 3173㎡에 추정 수령 300~400년에 달하는 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2018년 8월 조사한 관방제림 보호수 수종은 ▲푸조나무 131그루 ▲느티나무 38그루 ▲팽나무 9그루 ▲벚나무 7그루 ▲은단풍나무 1그루 ▲곰의말채 1그루 ▲상수리나무 1그루 등 160그루가 자라고 있다.

담양관방제림을 처음 조성한 성이성成以性이 소설 <춘향전>에 나오는 주인공 이몽룡과 동일인이라는 학계의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성이성成以性(1595~1664)은 경상북도 봉화군 출생으로 남원부사로 부임한 아버지 성안의를 따라 어린 시절(1606~1611)을 남원에서 보냈으며, 이 시기 춘향을 만나 지극한 사랑을 하게 된다.

성이성의 암행 행적을 기록한 일지를 보면 “조선 인조 25년(1647년) 남원 광한루를 방문하자 늙은 기생 여진(춘향의 母)이 맞이했으며, 소년시절을 회상하고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이후 담양부사(재임기간 1648. 7~1650. 1)와 춘추관 편수관, 진주목사 등을 역임하고 1664년 70세로 눈을 감은 뒤 청백리淸白吏에 선정됐다.

이렇듯 관방제림은 성이성 부사의 깨끗한 생애에 깃든 순수한 사랑, 그리고 백성을 아끼는 마음이 녹아 있는 곳이다.

기자가 도시숲 취재를 위해 방문한 지난 7월 6일 한낮 땡볕더위에도 아름드리 푸조나무와 느티나무로 우거지 관방제림은 시원함을 넘어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관방제림은 여름철 무더위에 찾는 피서지로서 각광받고 있으며, 가족단위 산책은 물론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담양관방제림은 사계절이 아름다운 도시숲이다. 파릇파릇한 새싹과 벚꽃이 새봄을 알리며, 녹음이 가득한 여름은 그늘이 터널을 이루고, 가을에는 형형색색 갈아입은 나뭇잎 옷이 자태를 뽐내며, 눈으로 뒤덮인 가을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와도 같다.

관방제림 북서쪽에는 담양향교와 죽녹원이 자리하고, 남쪽으로는 메타세콰이어길이 길게 늘어서 있다. 담양천 고수부지에는 추성경기장이 위치해 있으며, 2005년에는 담양읍 객사리에는 설화가 있는 조각공원을 조성해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 아름드리 푸조나무와 느티나무가 우거진 담양관방제림

담양관방제림은 연간 관광객 이용 현황을 별도로 집계하고 있지 않지만 인근 죽녹원 이용객은 2017년 연간 140만 명으로 집계돼 관방제림을 찾는 관광객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담양관방제림은 담양관방천 제방을 따라 조성돼 하천수의 시원함을 도시에 그대로 전달하는 바람길 역할을 하면서 한여름 도시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 기획취재단(국내 도시숲 취재팀)

글·사진 / 박성복 평택시사신문 사장
조 사 / 임 봄 평택시사신문 취재부장
허 훈 평택시사신문 취재기자

디자인 / 김은정 디자인팀장
캘리그래피 / 정아름 작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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