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에 나온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당시에도 참 많은 생각을 했던 영화입니다. 영화는 같은 배경, 같은 사람을 두 번 등장시키는데 그들이 하는 행동이나 대사는 1부와 2부가 조금씩 다르게 전개됩니다. 지금은 항상 옳고 그때는 틀리다고 이야기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지요.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의 직업은 영화감독입니다. 감독은 1부에서 영화평론가의 언행을 상당히 불쾌하게 여기는데 2부에서는 자신이 그때의 영화평론가처럼 무례한 평가를 내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1부에서의 대사가 “조금 전까지는 너무 완전했었는데”였다면 2부에서의 대사는 “내가 계산해야 하는데”로 바뀌어 있기도 합니다. 같은 장소에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행동이나 대사는 완전히 달라져 있는 것입니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묻습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고 말입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고 이야기할 때 그것을 판단하는 시점은 바로 ‘지금’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이미 많은 시간의 변화를 거친 이후의 ‘나’ 입니다. 그만큼 세상도 변화했고 제도나 우리들의 생각도 변했습니다.

그때는 하얀 눈이 하늘에서 내리는 축복이라며 좋아했지만 지금은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쯤으로 여기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때는 손 편지 쓰는 것을 정성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청승 내지는 시간낭비라고 합니다. 그때는 여자들이 순종하고 집안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남자와 여자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때는 성추행을 당해도 무조건 여자가 잘못했다고 비난했지만 지금은 성추행을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생각이 변하고 제도가 변한 것이지요. 그렇게 맞고 틀린 모든 시간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완성됩니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나는 대부분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는 것으로 귀결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이때 ‘맞다’고 말하는 것은 당시 대중의 생각이나 관념,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제도를 의미하는 것이지 그것이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는 바로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자세나 생명을 대하는 자세,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로서 평화와 공존을 생각하는 등의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가치를 말합니다. 이러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맞거나 틀리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제외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간은 시간에 따라 변화합니다. 제도도 변하고 환경도 변하고 대중의 관념도 바뀌어갑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잣대만으로 그때를 재단하는 것은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위험이 숨어있습니다. 개인이 가진 보편적 가치가 변하지 않는 한,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생각이 변화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만일 우리가 누군가에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고 말해야 한다면 그 말을 하기 이전에 조금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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