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고유 권한이라 여겼던 것들을
시민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평택시 협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 권현미 자치분권실무위원
평택시협치회의

과거 두레나 향악 등을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나누는 삶이 일상이었던 조상들의 지혜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마을이라는 단위에서 이웃들과 자연스레 체험했던 공동체의 삶에 대한 향수가 최근 ‘협치’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고 있어 반갑다. 함께 하는 공간에 가격이 매겨지고, ‘함께’라는 말보다는 개인이 중심이 돼, 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외로운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협치는 꼭 필요한 공동체 운영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 각자가 수행해야 하는 기능을 발견하고, 더불어 사는 것이 바람직한 국가상이지 않은가”라는 플라톤의 이야기가 말하듯, 협치는 시민이 스스로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협동해 힘을 모으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평택시는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역동적 힘을 가진 도시다. 급속한 성장기에 혼란스러움을 겪는 사춘기 아이처럼 고민스럽고 아플지라도, 성숙한 도시 발전을 위해 적지 않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평택시 협치의 시작은 새로운 시민의 등장을 통해 이뤄진다. 공공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나서는 시민이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이장, 혹은 통장이거나, 주민자치위원회의 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시민이 활동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자치분권실무위원회의 숙제가 됐다.

새로운 시민의 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새로운 시민을 등장시키기 위한 마중물이 되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들은 실무위원들이 될 수도 있고, 기존에 이미 협치를 경험한 이들이 될 수도 있다. 정해진 누군가만이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이들에게 자리를 열어주자. 더 많은 이야기로 채워진 집단 지성이 일하게 될 것이다.

둘째, 그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타 지역의 사례를 배우고, 현재 당면한 우리의 문제를 인식,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면 성공적인 기대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현재 평택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협치 교육에 관심을 두고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평택시 협치의 성공은 그동안 행정만이 가진 고유의 권한이라 생각했던 예산의 운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꼭 필요한 곳에 세금이 사용되도록 다양하게 토론하고 숙의하는 경험을 하자. 과정을 통해 내가 사는 지역을 바꾸고,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로서 일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구체적 실행 과정에서 단순히 민간의 자발적 헌신만을 동력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협치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시정과 함께 일했던 활동가들이 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공공의 일을 고민하고, 변화시키는 일들을 했지만, 현실적인 상황들로 인해 지속 가능성을 고민했다. 예산을 사용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고, 작동시키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민들은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이 지속해서 일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함을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행정이 시민 위에 군림하고, 관리하는 시대는 끝났다.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권한이라 여겼던 것들을 시민에게 되돌려주는 것,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을 잘 지키는 것, 그것이 평택시 협치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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