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12월 11일

돈 빌려줬다가 대신 사람 맡아
매독 걸린 여자라고 산중 버려

 

 

“경기도 진위군 포승면 용소리(京畿道 振威郡 浦升面 龍沼里)로부터 홍봉리(紅峯里)로 통하는 길가 산중에 괴이하게 멍석으로 싼 것이 있음을 그곳 농부가 발견하고 해쳐본즉 그 속에는 몸을 운동치 못하고 말도 이루지 못하는 이십 삼사 세 가량 된 부녀가 거의 죽게 되어 있음을 보고 즉시 안중장파출소에 고하고 한편으로는 급히 헛가가를 짓고 구호하였으나 이미 때가 지나 세상을 버린지라. (중략) 이치문은 그동안 그 계집을 심히 사랑하였으나 그 계집은 원래 매독에 걸려 거의 죽게 되었으므로 무지한 이치문은 필경 병인을 공석에 말아다가 산중에 버림이 분명하므로 일전에 경성지방법원 형사단독부에서 징역 십사개월의 선고를 받았다더라.”(『매일신보』 1914년 12월 11일)

우리는 살다 보면 돈을 빌리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빌릴 때는 반드시 갚을 것을 여러 조건으로 내세운다. 그렇지만 갚을 때가 되면 피일차일 여러 가지 이유로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그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기도 한다. 지금이야 돈을 빌렸다가 사람으로 대신 갚으려는 일은 없지만 1910년대만 해도 종종 있었다. 평택에서도 그 같은 사례가 발생하였다.

청북면 수촌리에 사는 이치문은 아산군에 사는 김성녀에게 돈 6원을 빌려주었다. 갚을 때가 되어도 돈을 갚지 않자, 이치문은 김성녀를 찾아가 갚을 것을 재촉하였다. 돈 빌린 김성녀는 돈 대신 홍성군에 사는 23세 된 김성녀를 전당典當 즉 갚을 때까지 맡겼다. 아산 김성녀는 돈을 갚지 않으려고 사람을 맡긴 것이다. 갚을 때까지라는 조건으로. 그런데 문제는 이치문이 맡은 홍성 김성녀는 매독에 걸린 환자였다. 이를 몰랐던 이치문은 좋은 조건이라 생각하고 이를 흔쾌히 받아 들였다. 처음에는 이치문이 홍성 김성녀를 사랑하였지만 매독 환자임을 알게 되었고, 더군다나 곧 죽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당시 매독을 치료하는 약이 적지 않았지만, 이를 알지 못했던 이치문은 집에서 송장치우는 것이 겁이 났다. 이치문을 고민을 하다가 홍성 김성녀를 멍석에다 말아서 포승면 용소리에서 홍봉리도 넘어가는 고개 산중에다 몰래 버린 것이다.

이를 발견한 농부가 경찰에 신고하고 홍성 김성녀를 살려보려고 노력하였지만, 결국 홍성 김성녀는 안타깝게도 세상을 하직하였다. 이 일로 이치문은 경성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4개월을 언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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