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사신문 기획취재
 

 

④특화된 도시숲


미래를 내다보는 수종 선택과
체계적·지속적 관리가 명품 숲의 과제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죽음의 강’ 오명 벗고 명품숲 우뚝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도로로 사라질 뻔한 길 군민이 살려
수원 테마형 가로수, 플라타너스·은행나무 조형물로 부활

 

평택시는 전국에서도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평택시는 이 같은 환경오염을 개선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민선 7기 들어 도시숲 활성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평택시사신문>은 평택시가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숲 정책과 연계해 미세먼지 저감방안을 모색하고 국내외 선진사례에 대한 심층취재와 전문가 자문 등으로 바람직한 도시숲 조성 방안과 관리 방안에 대한 특별취재를 기획했다. 그리고 이번 취재결과를 신문지면에 연재함으로써 국가와 평택시의 미세먼지 대응과 평택시 도시숲 조성 등 새로운 대안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 울산광역시 태화강 십리대숲과 시가지 전경

 

■ 지역만의 특화된 도시숲 가꾸기
   자라나는 나무만큼 도시 품격도 쑥쑥

우리나라는 국토가 크지 않지만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자생하는 수목의 종류는 다양하다. 지구온난화로 수목의 생육 한계선이 점차 북상하고 있다. 배롱나무의 경우 생육한계선이 충청권이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바람을 막아주는 담장이 있거나 양지바른 곳에 배롱나무를 식재해야만 겨울나기 과정에 냉해 피해를 입는 낭패를 피할 수 있다.

지역마다 기후에 맞는 수목을 특화시켜 가꾸는 일은 오랜 경험과 체계적인 설계·관리를 통해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조경 전문가들의 역할은 매우 크다. 도시숲은 한번 식재한 수종을 수십 년 이상 정성들여 가꾸어야만 숲으로서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최초 설계 과정에서 수십 년 후 완성된 숲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도로변 인도나 녹지대에 식재하는 가로수의 경우 도시의 확장성에 최우선을 두어야만 식재한 수목을 시도 때도 없이 옮겨 심는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가로수는 전봇대의 전기선과 통신선을 고려한 설계도 매우 중요하다.

경상남도 함양상림과 전라남도 담양관방제림과 같이 수백 년을 이어온 도시숲이 아니더라도 수십 년을 잘 가꾼 도시숲들은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 도시의 명물로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 울산 태화강대공원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시민과 울산시·기업이 함께 만들어

울산광역시의 젖줄인 태화강은 1960년대 울산이 공업단지로 지정된 후 산업화 과정에서 산업폐수와 생활 오·폐수 무단방류로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썩어가 ‘죽음의 강’이라 불렸다. 매년 여름 녹조기에는 폐사한 어류와 등이 굽은 어류 사진들이 단골 메뉴로 신문 1면을 장식해 울산시민들의 자존심을 구겼다.

이처럼 울산광역시를 불명예스럽게 했던 태화강은 2000년대 중반부터 ‘태화강 살리기’라는 대명제 아래 시민운동이 전개돼 산업폐수와 생활 오·폐수 유입을 막고 수변을 정비해 수질을 1급수로 개선하고, 대나무 생태원과 실개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등 친수 공간을 갖춘 태화강대공원을 조성해 울산시민의 자랑으로 변모했다.

전체 길이 47.54km의 ‘태화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울산시민과 울산광역시, 대기업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낸 대역사로 지금은 울산시민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용하는 대한민국 도시숲의 대표적 명소이기도 하다.

여의도공원 2.3배인 ‘태화강대공원’에는 십리대숲이 포함된다. 태화강 십리대숲은 태화강을 따라 구 삼호교에서 태화루 아래 용금소까지 약 4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이곳은 1749년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에 ‘오산 만회정 주위에 일정 면적의 대밭이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1700대 이전부터 태화강 변에 대나무가 자생한 것으로 짐작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대나무 숲은 한여름 불볕더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돌 정도이기 때문에 더위를 잊기 위한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대숲 가운데 굽이굽이 산책로가 자리하고 죽림욕장에는 평상과 의자를 배치해 걷거나 사색하기에 매우 좋다. 대숲은 음이온이 풍부해 머리를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장점도 있어 태화강 십리대숲은 울산 시민이 사랑하는 도심 속 쉼터가 됐다.

태화강 십리대숲 건너편에는 삼호대숲이 있다. 십리대숲이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면, 삼호대숲은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매월 봄이면 백로와 철새가 이곳에 날아와 번식을 한다. 이 때문에 태화강 대숲은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40여년 가꾼 가로수길 명소돼

1972년 새마을사업과 함께 전국적으로 가로수 조성사업이 한창일 때 담양군이 국도 24호선 담양군청~금성면 원율삼거리 5km 구간에 메타세콰이어 묘목 5년생 1300본을 심은 것이 47여년이 지나자 울창한 가로수 터널길이 됐다. 담양 메타세콰이어길은 2007년 영화 ‘화려한 휴가’가 개봉하면서 영화와 사진 촬영 명소로 각광받기 시작해 숲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자 산림청이 주관한 ‘2002 아름다운 거리숲’ 대상과 2006년 건설교통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최우수상을 수상해 한해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원래 국도 24호선으로 차량 통행이 빈번했던 메타세콰이어길은 새롭게 국도가 뚫리면서 이 길은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로 조성됐다. 가로수길의 전체 길이는 약 8.5km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길가에 높이 20~30m의 메타세콰이어가 자라고 있다.

이 길은 녹음이 한껏 자태를 뽐내는 여름이 드라이브하기에 가장 좋다. 차에서 내려 걷다보면 메타세콰이어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향기에 매료돼 삼림욕장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자전거를 빌려 하이킹을 하는 것도 메타세콰이어 길의 참모습을 누리기에 더없이 좋다.

담양 메타세콰이어길은 오래전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의해 사라질 위험에 처했었지만 많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신설 고속도로 노선이 변경돼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 가로수 조형물, 수원 테마형 가로수
   사각 플라타너스와 둥근 은행나무 각광

도심 가로수는 여름철 도시 온도를 낮춰주는 효과도 있지만 지나가는 행인들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지형지물이 된다. 하지만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또, 전기선이나 통신선 설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몸통만 남겨둔 채 가지가 잘려나가거나 심지어는 고의적으로 고사시키는 경우도 있다.

수원시의 테마형 가로수는 “가로수도 이렇게 친근감 있게 변할 수 있구나”라는 사례로 많이 알려졌다.

수원시 장안구 장안문~팔달구 중동사거리에 이르는 정조로에는 수령 50여년이 훌쩍 넘은 플라타너스가 가로수로 심겨져있다. 자라는 속도가 매우 빠른 속성수에 속하는 플라타너스는 1950~80년대 도심 가로수 보다는 학교 운동장에 그늘을 제공해주는 녹음수로 많이 심겨졌다.

▲ 수원시 테마형 은행나무 가로수

성장 속도가 빨라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가로수 수종에서 제외하는 추세기는 하지만 이미 심겨진 플라타너스를 테마형 가로수로 잘 가꾼다면 관상가치가 매우 크다.

수원시는 장안문~화성행궁~중동사거리 구간 50여년생 플라타너스를 사각형 모양으로 전지해 테마형 가로수로 가꾸고 있다. 가만히 놔두면 20~30m 이상 성장하는 플라타너스를 오랜 기간 사각형 수형으로 전지해 건물과 도로와 인도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수원시에는 플라타너스와 함께 은행나무도 테마형 가로수로 가꾸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영동사거리~팔달구 동수원사거리 중부대로 구간은 수령 20~40여년생의 은행나무들이 둥근 모양으로 다듬어져있다. 은행나무의 생장 특성상 가지가 웃자라는 맹아 특성이 있지만 오랜 기간 나무 상부를 원형으로 전지해 지금은 웃자람이 없이 가지가 균일하게 성장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 수원시 테마형 플라타너스 가로수

테마형 가로수는 조성 초기에는 일반 가로수 관리보다 2~3배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5년 이상 꾸준히 전지 관리를 하면 일반 가로수와 비슷한 관리예산이 소요돼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성과 효율성, 도시 미관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파리 샹제리제의 명물인 ‘테마형 가로수’는 ‘디자인 가로수’라고도 부른다.

 

■ 청주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70~80년 플라타너스, 방문객에 녹음 제공

도시로 들어서는 관문에 위치해 청주의 상징인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은 충청남도 청주시 흥덕구 경부고속도로 청주인터체인지~흥덕구 복대동 죽천교까지 청주시내로 진입하는 도로 5km 구간에 조성돼있다.

1952년 충청남도의 녹화계획에 따라 1350여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도로가에 심겨졌으며, 지금은 수령이 70~80여년이 되어 봄부터 가을까지 울창하게 숲이 우거져 청주시를 찾는 사람들에게 녹음을 제공한다.

청주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은 2001년 제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거리숲 대상’을 수상했으며, 청주시는 사람과 숲의 조화로운 공존을 통해 이 숲이 다음 세대까지 변함없이 보존될 수 있도록 수목 관리에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청주 플라타너스 가로수길과 담양 메타세콰이어길을 보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미래를 내다보는 수종 선택과 동시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뒷받침 되어야만 명품 숲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청주시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 기획취재단(국내 도시숲 취재팀)

글·사진 / 박성복 평택시사신문 사장
조 사 / 임 봄 평택시사신문 취재부장
허 훈 평택시사신문 취재기자

디자인 / 김은정 디자인팀장
캘리그래피 / 정아름 작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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